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책의 절반을 읽기 전까지 나이든 주책바가지 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였다.

80 이 넘었는데 여자를 밝히고 집에 부인이 어엿이 있는데 밤마다 나가 여자들을 만나

노닥거리고 연애질을 하다니.

그러나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빠져 들었다. 

제목과는 달리 실제 내용은  '늙어도(?) 유쾌하게, 생명력이 넘치게 살기'이다.

아마 늙었다는 표현을 선생이 알았다면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본인은 죽기 일 분, 일 초 전까지 성장하는 중이라고 자신있게 갈파한 사람이니까...

그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생명력이 번득이면서, 죽기 일보 직전까지 성장하면서,

타성에 젖지 않고 '실'을 살찌우면서 살기이다.

선생은 여성에 대한 연애감정에 대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불쌍하고 상대도 불쌍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마음 깊이 파고 드는 감정이고, 

그것이 사랑, 우정, 연민이라고 표현한다.

 

  선생은 젊은 날 걸식행과 고행 끝에 깨달음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진리도 구원도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맘씨 좋은 할아버지 보다는 불량노인의

삶을 선택한다.

그림과 조각일을 하는 그는 마음의 때를 벗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여자들을 만나고  

술을 마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거리에는 젊은 사람 천지이고 모두가 활기차다. 물론 나보다 더 나이든 사람도 있지만. 

별로 한 일도 없이 나이만 먹은 나는 자신감도 없이 이러다 사그라지는 것은 아닌가...

늘 마음 한구석이 추웠는데 간테이 선생의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81살인 선생도  젊은 정신과 시들지 않는 영혼으로 사는데 그에 비하면 생물학적인 내 나이는

어린아기가 아닌가...

 

  선생은 일소부주(한곳에 눌러 앉아 살지 않는다)를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떠도는 여행은 인생이다. 하루도 좋고 반나절도 좋고 집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유랑이다.

마음 내키면 불쑥 떠나고 준비도, 짐도 아주 작게 챙겨 언제고 떠난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나와 똑같다. 어디 여행 뿐이랴.

사람은 적게 가질수록 마음이 편하고 거리낌도 없다. 그렇다고 생존에 지장을 주는 정도면  

안되지만 가진 것이 적을수록 홀가분하고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익숙한 것은 집착하게 되니 프로보다는 아마추어를 사랑하고

사람의 겉모습보다 내면을 들여다 보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의 모습이 진정 아름답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나이 들어서도 무엇이든지 배우고 받아 들이는 자세가 참으로  멋있다.

선생의 삶에 대한 치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워 실천하고 싶다.

 

     고대인의 똥처럼 강인한 똥을 싸고 싶다. 뚝심 같은 존재감, 똥에도 삶이 드러난다.~~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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