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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추억 하나
아버지는 추운 겨울이면 물을 데워 방안에 세수대야 2개를 놓고 얼굴, 목, 손 발을
씻어 주셨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주신 다음에 손톱과 발톱을 정갈하게 깍아 주셨다.
성품이 차가워 별명이 냉장고였던 아버지는 표현은 없었지만 자식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셨다.
추억 둘
병에 걸리시고 아버지는 병도 내게 찾아 온 손님이니 친구하겠다고 했다.
담담하게 받아 들이시고 옥상에 꽃나무를 가꾸시며 가끔씩 담배를 몰래 태우시던
아버지의 처연한 모습...천상병과 양희은의 한계령을 좋아 하시던 나의 아버지.
아버지는 삶을 사랑하시는 분이셨다.
추억 셋
어줍잖은 시험 본다는 딸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신 아버지.
평생에 공부못한 한을 자식에게서 풀고자 했는데 나는 시험에 떨어졌고...
실망하셨을 아버지.
그러나 표현하지 않으시고 그저 손을 가만히 잡아 주셨다.
저자는 [아버지의 오토바이]에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병든 자식과 공부 잘하는 둘째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처자식을 굶기지 않게 하기 위해
아버지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종세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 5학년 어린 아이의 질문에 아버지는
자신은 원대한 목표가 없고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소중한 일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가족이 굶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답한다.
엄종세는 사고로 처참하게 죽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장기풍을 만난다.
장기풍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금고 안에 있는 아버지의 일기를
보면서 아버지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과 실체를 만나게 된다.
자신 또한 실직한 지 6개월이 되어 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버지이기도 하다.
실직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종일 공원, 서점에서 빈붕빈둥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시간
맞줘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집으로 가는 반복된 반 년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종세가 첫아이를 낳았을 때 아버지의 축하편지이다.
"아버지 된 자의 손은 궂은 일과 마른 일을 가리지 않는다.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비의 손과
궂은 일을 하는 손은 별개가 아니다.
너도 이제 아버지가 됐으니 네 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가리지 마라.
그리고 네 손이 하는 수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마라.
아버지 된 자, 남편 된 자가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일은 칭찬이나 상 받을 일이 아니다.
네 자식이 네 평생의 상장임을 잊지 마라."
아버지의 기록들을 읽으며 어린 시절 운동회 때에 아버지를 볼 수 없었던 자신의
그리움과 원망보다 자식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젊은 날들을 더 서러워 하게 된다.
요양원에서 떠듬떠듬 글자를 읽는 형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일주일마다 들러 오토바이 뒤에 형을 태우고 운동장을 돈 뒤 인삼비누로
목욕시키던 아버지.
비가 오면 비옷을 챙겨 와 형에게 입히고 질퍽질퍽한 운동장을 오토바이로 돌았던 아버지.
운동장을 돈 후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껴안던 아버지.
종세는 아버지의 실체를 마주하며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한다.
또한 젊은 날의 아버지의 삶 전체와 죽어가는 순간의 아버지의 절망을 이해하면서
젊었던 아버지와 화해한다.
아버지들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준다.
자신의 살과 피, 뼈까지... 그리고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
이 책은 우리들의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눈물나게 그립고 보고 싶고 소중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 지금 떠오른 생각,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이 음악, 여기 이 부분 ... 그래 바로 이거... 이런 것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내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요즘 들어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잦다.
단 한번만이라도 이런 느낌을 내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 ~~아버지의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