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르크 프라이, <요한복음과 만나다>, 비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원하던 성서 입문서이다. 입문서라면, 어떤 책의 내용을 쉽고 재밌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텍스트 형성사와 사상사적 위치, 읽는 법, 오늘날에 주는 의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꼼꼼한 해설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 요소들의 조화를 잘 이루어야 좋은 입문서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난다고 본다. 성서의 경우 텍스트 형성사만 강조하면 본문을 조각조각 해체하고 분석하여 텍스트를 하나의 전체로서 읽을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역사적 해석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의적 텍스트 읽기만 남게 될 것이다.

외르크 프라이는 바로 그러한 두 극단을 피하고, 때로는 (좋은 의미로) 학자답게 꼼꼼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요한복음의 의미를 해설해주고 있다. 총 3부 구성을 취하는 이 책은 1부에서 요한복음 저술 연도, 자료 등 역사적 문제를 다룬다. 외르크 프라이는 요한복음의 일관된 문체에 주목하면서 요한복음이 한 명의 저자가 쓴 책일 가능성을 주장하고, 2부에서는 요한복음을 톺으면서 이 책의 신학적 특징을 밝혀 보인다. 제3부는 요한복음을 읽는 법을 간략하게 제시한다. 입문서로 갖추어야 할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제2부가 분량으로나 내용으로나 이 책의 백미였는데, 다른 세 복음서와 구분되는 (때로는 이것들에 비판적이기까지 한) 예수에 대한 요한복음의 이해를 통해 부활 신앙, 성육신, 십자가 신학과 같은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문제에 요한복음이 어떠한 주장을 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신성, 달리 말해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이라고 가장 분명하게"(p. 101) 말하고 또 증명하는 "가장 대담한 신학자"(p. 108)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의 신학적 의의를 강조한다.

"요한이 말하는 부활 신앙은 예수가 진실로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그가 하느님임을, 그의 신적 정체성과 위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요한에 따르면 제자들은 부활절이 지나고 성령의 가르침을 통해 이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부활절 계시를 통해 요한은, 제자들은, 그리고 요한복음을 읽는 이 모두는 예수가 실제로 누구인지 이해하고, 그의 얼굴과 이야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실제로 어떤 분이신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외르크 프라이는 이러한 신학적 특징과 의의를 꼼꼼하게 주석 달듯이 차근차근 분석하면서 설명한다. 제3부는 1, 2부에 비하면 독해법에 대한 설명이 다소 소략하다는 인상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럴 뿐 전체적으로 묵직한 주제들을 평이하고 감동적으로 서술했다. 서사 구조와 수사적 표현을 통해 사복음서가 그리는 서로 다른 예수의 초상을 해설한 리처드 버릿지의 <복음서와 만나다>와 같이 읽으면 요한복음과 마르코, 마태오, 루가 복음을 더 입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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