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쟁과 기억 그리거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전쟁은 두번 치러진다는 발상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전쟁은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싸우고, 두 번째로는 기억 속에서 싸운다. - P15

모든 국가와 민족은 내가 ‘자신만을 기억하는 윤리‘라고 이름 붙인 것만 받아들인다. 이러한 윤리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베트남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여성과 시민을 더 많이 기억하고, 반면에 미국인들은 비교적 자발적으로 적에 대해 더 많인 기억한다. 그리고 양쪽 다 상실, 우울, 쓰라리 그리고 분노의 분위기를 풍기는 남베트남인들을 외면하려 한다. - P21

타자를 기억하는 윤리는 더 관습적인 윤리인 자신만 기억하는 윤리가 변화해야 가능하다. 자기편에서만 생각하는 것에서 더 많은 타자를 기억하는 것으로 범위를 확장한다. 그렇게 해서 가깝고 친한 사람과 멀고 두려운 사람의 경계를 허문다. 윤리적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서 끝까지, 즉 자신만을 기억하는 윤리에서부터 타인을 기억하는 윤리에 이르기까지를 탐구하면서, 나는 기억 속 전쟁에 등장하는 인물들, 즉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 병사와 시민, 다수자와 소수자 그리고 승자와 패자, 그리고 양극단과 범주들 사이에 속하는 많은 이들을 한 줄로 늘어세워 보았다. 전쟁은 많은 것을 포괄한다. 전쟁은 한 나라 안에 있는 다양한 지역의 삶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을 단순히 전투라고만 생각하고 그 주체를 기본적으로 남성 병사들로만 상상하면, 전쟁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전쟁기계의 장점을 활용하기 힘들다. - P22

기억 윤리는 전쟁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2진법 부호이다. 쉽게 세상을 우리 편과 반대편 그리고 선과 악으로 나누어 동맹을 구축하고 적을 공격대상으로 삼는다. - P24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와는 다른 윤리로 타자를 기억한다. 적과 피해자들, 약자와 소외된 이들, 주변인들과 소수자들, 여성과 어린이들, 환경과 동물들, 멀리 있는 이들과 악마로 낙인찍힌 이들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이 책에서 탐색하고 논의하는 것은 복합적인 기억 윤리이며, 자신과 타자를 둘 다 기억하고자 애쓰는 공정한 기억이다. - P25

공정한 기억은 약자와 정복당한 자, 소수자, 적 그리고 잊힌 자들을 회상하는 것으로 부정적 정체성 정치에 반대한다. 공정한 기억에서 단지 스스로를 윤리적으로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과거에 대한 성찰로 부족하다. 동시에 타자도 윤리적으로 떠올려야만 한다. 양쪽 모두에게 윤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 P31

기억과 망각의 기본적인 변증법은 우리의 인간성을 기억하고 비인간성을 잊는 것이다. 역으로 상대의 비인간성을 기억하고 인간성을 잊는 것이기도 하다. 그 대신 공정한 기억은 윤리적 기억에서 변증법의 마지막 단계를 요구한다. 자신의 기억을 상대방의 기억으로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비인간성이 어떻게 서식하는지 보고 기억하는 윤리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성을 연구하는 일은 동시에 비인간성을 연구하는 일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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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1-08-1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법 괜찮게 읽은 책입니다.

Redman 2021-08-15 21:07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