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이해
존 버거 지음, 제프 다이어 엮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라는 행위를 도중에 다른 무언가로 대체하지 않은 것을 너무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게 만드는 극소수의 작가들이 있다. 그들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존 버거가 그렇다.

 

 

 

 

그리고 삶에서, 의미란 순간적인 것이 아니다. 의미는 관계를 짓는 과정에서 발견되며, 진행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 없이, 전개 없이, 의미는 없다. 사실이나 정보가 그 자체로 의미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컴퓨터에 입력될 수 있고 계산에서 변수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선 아무 의미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의미를 둘 때, 그 의미는 알려진 것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미와 수수께끼는 뗄 수 없는 것이고, 둘 다 시간의 흐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확실성은 즉각적으로 전해질 수 있지만, 의심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의미는 이 둘에서 나온다. 사진에 담긴 어떤 순간은 보는 이가 그 순간을 넘어 확장된 시간의 지속 안에서 그것을 읽어낼 때에만 의미를 얻는다. 어떤 사진이 의미가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사진에 과거와 미래를 덧붙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