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로운 부서로 처음 출근하는 날.
지난주 내내 휴가였다. 여름 휴가를 이제서야 사용했다. 금요일에 인사이동 발표가 있었는데, 나보다는 우리 부서의 부서장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새 부서장이 오기 전에 휴가를 사용했다.
예상대로 부서장은 이동했다. 그리고 내 이름도 이동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이동 가능성은 20% 내외라고 생각해서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른 서울 복귀다. 새로운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 감도 잡지 못한 상황. 다시 연말은 바쁠 것 같다.
근래에 읽은 책들을 전부 백자평으로 쏜살같이 쓴 것은, 마음 부담을
적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현기증. 감정들』, 『롤리타』를
백자평만으로 딸랑 쓴 건 미안하네…
점점
갈수록 내게 좋은 책이란, ‘연구’하게 만드는 책이다. 자발적으로 연구하게 만드는 책. 정답이 번듯하게 나와있는 그런 것
말고 이미 다른 사람은 모조리 알고 있는 내용이더라도 내 눈에 들어온 자그마한 단서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나만의 뭔가. 썸씽으로 만들게 하는 책은 정말이지 소중하다. 지금의 내게는 그
대부분이 소설이다. 그 밖의 책들은 내 생각의 씨앗을 짓밟을 정도로 나를 주눅들게 하던가, 너무 설명적이고 정답에 이르는 길만 가르쳐주는 학원 강사 느낌이어서 자발적인 기쁨을 찾기 어렵다. 소설만이, 특히 소수의 소설만이 나를 자발적으로 연구하게 만든다. 지금은. 다카하시 겐이치로와 제발트, 나보코프의 소설도 그랬다. 여전히 머리가 뱅뱅 돈다. 그만큼 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