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의 처음을 장식하는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통조림 그림은 알랭 드 보통의 관심이 무엇을 향하는지 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확연히 드러낸다. 사소한 것으로 전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와 전체에 속하면서도
그 전체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으로 사소함을 인식하기.
머뭇거리지 않고 초장에 직구를 날린다. 다시 직구를 날린다. 또다시 직구를 날린다. 직구를 날리는 절차를 계속 반복한다. 물론 포장은 매번 다르다. 전에는 매번 포장을 바꿀 수 있는 박학다식에
놀랐지만, 이제는 아직까지도 알맹이는 전혀 변함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 일관성이라는 것은. 이미 20대에 자신의
철학을 확립한 사람의 글이라는 것은. 여전히 휘청대고 있는 스스로가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