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살벌한 방은 교도소의 독방이나 슬픈 병실처럼 우울한 기분을 만들어낸다. 누구라도 텅 빈 방에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이나 그림 등을 붙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는 집''살아있는 물건'을 만들어 간다.
'살아있는 집''살아있는 물건'은 미셸 드 세르토가 말하는 『일상 실천』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미셸 드 세르토의 '일상 실천'이란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넘겨받은 물건을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실천'이다. 또는 합리성을 내세우며 중앙집권적으로 끝 모르게 확장해가는 요란스런 생산과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생산'이다.
'또 하나의 생산'을 다른 말로 하면 '소비'이다. 그것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바람과도 같이 종적을 감추기도 하고 어둠 속에 숨어 기회를 노린다. 또 하나의 생산은 그저 주어진 것을 잘 이용한다. 이것이 바로 '일상 실천'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날마다 실천하는 바로 그것. 미셸 드 세르토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도 학교 담벼락에, 교과서에 낙서할 수 있다. 못된 짓이라고 처벌받는다 해도 그들 또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83~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