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란 지금 없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젊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없는 것을 아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지금 없는 것을 향해 쏜 화살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향해 쏜 화살.  

 

연구자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세계라는 것은 그러니까 안빈낙도는 아니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속도속에 사는 사람이다. ‘지금 없는 것을 알기 위해맹렬히 몰입하는 사람. 무언가에 몰입한 사람은 그 무언가 외에는 관심이 적을테니. 그런 세계에서는 속도와 조용함이 정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다. 속도는 또한 파괴력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사와무라씨와의 연애/결혼은 그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세계는 어쩌면 소설로 그려지기에 괜찮은 것이다. 그렇지만 화자 하시바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은.. 모든 회상이 그렇듯옅지만 그래도 분명히 알아챌 정도로 상한냄새가 느껴진다. ‘회고의 문장들은 대부분이 그렇다. 그렇지 않은 문장은 드물다. 심지어 몇 년 전에 다시 읽은 노인과 바다에서도 그런 냄새를 맡았으니까. 하지만, 상한냄새에 내가 왜 실망해야 할까. 소설은 많은 경우 패배한 사람이거나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회고 아닌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기시마자신이 화자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더라면. 관찰자 시점과 주인공 시점이 동일한 화자에 의해 진행되는 이 소설의 이야기 전개는 아주 미묘하지만 뭔가 불협화음을 생성해 낸다. 그 불협화음은 끌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냉정한 시선으로 작중 화자를 보게 만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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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green1 2014-01-16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왔다간 흔적 한 번 남겨보려고 적는데 방주소가 생각나질 않아 한참 헤맸어요.ㅋㅋ;
누구게~~요? 모르겠죠?? 히.히.히^^

근데 저기 누워있는 늑대가 드림아웃님이예요? 방 분위기 참 좋아요. 딱 드림아웃님과 세트.^^

dreamout 2014-01-16 22:32   좋아요 0 | URL
알죠.. ^^

저 위에 누워있는 동물(늑대인가요? 개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이 딱히 저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햇빛이 꿈처럼 고요히 지나가는 오후에. 나른하게 누워 긴 꿈을 꿔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