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을 보고 왔다. 수직의 선에 가로로 기우뚱하게 그렇지만 절묘하게 중심을 잡은 모빌들. 큰 모빌들일수록 오히려 가볍게 중력을 거부하는 듯. 그리 보였다. 가만히 보니 수직의 철선과 수평으로 휜 철선이 만나는 지점. 그 각각의 무게중심들간의 묘한 균형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그런 가벼움을 자유로움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그 무게중심들은 각각의 선들을 분절하여 공간도 시간도 좀 더 작고 가볍게 만들어 부유하는 기분을 자아내는 듯 싶었다.

 

리움에서의 알렉산더 칼더 전시회 관람은 계획했던 일이지만, 씨네큐브에서의 블루 재스민관람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뉴욕의 화려함을 뒤로한 채, 샌프란시스코의 여동생 집에 얹혀 살기 위해 온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삶과 뉴욕에서 남편(알렉 볼드윈)과의 삶이 교차하는데, 그 교차점이 또한 오묘하다고 생각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화자처럼 재스민은 신뢰할 수 없는 주인공임을 그 회상씬들이 보여주는데교차점이 가중될수록 재스민이라는 인물의 추한 실체가 드러난다. 그렇지만 서서히 더 빠른 템포로 나타나는 듯한 교차점이 누적되어 갈수록, 우리는 재스민이라는 인물을 또한 받아들이게 된다. 연민을 느끼게 된다. 지독한 쓸쓸함과 더불어.

 

민음사판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첫 페이지를 보니, 37살 때를 회상하며 시작하고 있었다. 두 번 읽었는데도 기억이 희미하다. 37살 때를 회상하는데, 37살의 그가 다시 대학생 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다시 대학생 이전 시기를 회상하는 대목도 있다. 왜 이런 방식여야 했을까? 분절의 지점들을 이렇게 여러 개 만든 이유가 있을까? ABS(Anti-lock brake system)같은 기능이 필요했던 걸까..

 

알렉산터 칼더의 모빌, 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의 편집,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의 구조. 그 모든 분절점을 생각하며, 그 모든 무게중심을 연민하며. 주말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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