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 Form
후고 리만은 형식이 다양성 속에서 통일감을 주는 요소라고 했습니다. 1800년 이전의 미학자들도 음악적 캐릭터에 대해 리만과 같은 의견을 취했었지요.
나는 형식과 캐릭터(느낌, 심리, 분위기, 표현, 감정)를 일란성 쌍둥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음악 작품의 형식과 구조는 눈에 보이는 것이고 악보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쌍둥이인 캐릭터는 경험적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증적인 존재인 형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쌍둥이를 자신에게 종속시켜 버릴 수도 있지요. 음악 작품을 악보를 보며 분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형식을 느끼는 것은 그보다는 어렵고, 한 작품의 심리를 캐낸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랍니다.
작품과 인물 opus – person
작품의 이해를 위해 그 작품을 쓴 음악가의 전기를 열심히 탐구하는 연주자들이 있지만,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습니다. ‘작품과 인물은 동일한 것이다. 개인의 성향은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반영된다. 개인의 성실성이 작품의 완벽함을 보장해 준다’는 주장들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맞습니다. 특히 음악에서는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죠.
베토벤의 편지나 자필 악보를 보면 엉망인 글씨체가 눈에 띕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그의 집안도 엉망이라지요!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그의 음악은 빈틈 하나 없이 질서정연하답니다.
칸타빌레, 아르페지오, 싱커페이션, 크레셴도, 디미누엔도, 트릴 등 음악용어에 포커스를 맞춰 브렌델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는 줄만 알았는데, 단순히 음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생각들이 풀숲의 작은 야생화처럼 드문드문 드러난다.
앤드루 와이어스는 겨울에, 마음이 겨울일 때 보는 게 좋다.
어느새 살갗에 파고든 찬 기운은,
다 벗겨진 이후에도 남아있는 무언가가 내 안에 아직도 살아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한줌의 힘.
그것만이 내 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