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친 표현들은 소설을 ‘읽을’ 때, 참조하기 좋은 것들인 것 같아 메모해 둔다.
『경험주의와 주체성』을 일관(一貫)하지는 못했지만, 이해 여부와는 관계없이 호기심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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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도덕적인 것이 우리의 본성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 속에 있는 것이 우리의 도덕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흄의 관념들 중 하나는, 인간은 이기적인 것 이상으로 훨씬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기주의가 모든 활동의 최종심급이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를 철학자나 좋은 사상가로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재산의 가장 큰 몫을 아내의 기쁨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내놓으면서 자기 자신의 씀씀이와 사교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돈만 남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가?
사실, 인간은 언제나 무리의 인간, 공동체의 인간이다. 가족, 친구, 이웃, 이런 것은 페르디난트 퇴니에스가 말하는 공동체의 유형에 앞서 존재하는 범주들로서, 흄에게는 이것들이 공감의 자연적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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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베르그손이 말하듯 습관은 본성에 속하지 않지만 습관을 들이는 습관은 본성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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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체성이라는 관념에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내용은 매개(mediation)와 초월(transcendence)이다. (중략) 요컨대 믿는 것과 발명하는 것, 이것이 주체를 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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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험주의는 의미의 철학이 아니라 상상력의 철학이다. 우리는, “주체는 어떻게 주어진 것 안에서 구성되는가?”라는 물음이 “상상력은 어떻게 하나의 인식능력이 되는가?”라는 의미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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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습관들, 다름 아닌 습관들 – ‘나’라고 말하는 습관들이다.
위험하게 단순하라! 이 책의 슬로건.
오늘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에서 「겁쟁이들의 무기는 복잡함」이라는 글을 봤다. 이 책의 슬로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물론, 단순함. 간결함 등은 복잡성과 뗄래야 뗄 수 없다. 복잡성이 결여된 단순성은 유치하기 쉽다. 절충이 아니라, 유연한 긴장 또는 긴장된 느슨함 같은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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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참 멋진 약점이 있다. 완전히 똑 같은 카피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존경하는 나의 영웅들과 완벽하게 똑같아 질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나만의 색깔이 드러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진화하는 것이다.
『사치는 어떻게 생각할까?』의 슬로건이 이 책에 고스란히 적용된 느낌이 든다.
똑같아 질 수 없는 바로 그 ‘지점’. 우리가 얼굴에 철판 깔고 최고로 잘 ‘훔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생각하는 시간에 그냥 행동하는 게 낫지 않겠냐. 라고 다시 한 번, 내 ‘습관’에 주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