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베스트 책을 매년 꼽는다.

틀림없이 이 책은 올해 읽은 논픽션 중 최고다.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과 더불어.

 

 

'저항의 본령은 어떤 대안, 좀 더 공정한 미래를 위한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아주 사소한 구원이다. 문제는 이 사소한 이라는 형용사를 안고 어떻게 시간을, 다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사소한 이라는 형용사를 안고 다시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과의 연대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영화 《26년》을 봤다. 보고 나서 후반부를 읽었는데, 152페이지에 새로운 독재자들의 얼굴에 대한 연구. 라는 글에서 북반구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실린 드로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화 《26년》의 '그놈'과 똑같이 생겼다. 그놈을 보고 그린 것 아닐까 싶을 만큼 흡사하다. 이 초상화를 제외하면 모두 아름다운 것들과 사람들을 드로잉 하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와 마르코스 부사령관 같은 이들, 체호프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케테 콜비츠 같은 익숙한 이름들뿐 아니라 박물관에서 만난 미술품을 안내하는 멋진 할머니 아만다, 무엇이든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지만 아내의 알츠하이머병은 어찌해 볼 수 없는... 노인 루카, 크메르루즈 때문에 고국 캄보디아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다발성 관절염을 앓는 여성... 생물학적인 것과는 상관 없이 우리의 먼, 먼 사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모든 문장을 필사하고 싶을 만큼.

벤투(스피노자)와 존 버거의 만남이 빚어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그러나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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