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옮김
모노클(외알 안경)로 보기. ‘놀이하는 인간’은 모노클이라는 말을 써도 좋을 만큼 그리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호모 루덴스를 한 알의 렌즈로 생각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모노클은 흩어진 생각들을 꿰어주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진실의 단면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생각보다 생각거리를 많이 자극한다.
소설과 소설가(The Naive and The Sentimental Novelist),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적절한 심상’을 말하는 오르한 파묵은 파묵답다. 그래, 그럴 것 같았다. 먼저 이미지. 단어가 아닌 것이다. 역시, 오르한 파묵에게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예찬보다 눈에 띈 것은 이런 말. 도스토옙스키가 우리에게 주는 지식이나 지혜는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언어적 또는 – 이 말이 적당한지 모르겠습니다만 – ‘단어적인’ 것입니다. 『죄와 벌』을 다시 읽기 위해 민음사판(김연경 역)을 들춰 봤을 때, 팍 와 닿은 문장이 ‘새로운 걸음, 자기 자신의 새로운 말을 그들은 제일 두려워하지……’ 였다. 그때 떠오른 것이 ‘말’로, ‘낱말’로 『죄와 벌』 다시 이해하기. 라는 주제였는데… 파묵의 이런 문장을 만나니 뭐가 뭔지도 모르게 왠지 반갑다.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윤태호 글 그림
‘골든타임’이 리얼하게 병원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샐러리맨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었던가.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으니 떠오르는 드라마가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들어본 기억도 없다는 것은 뭔가 씁쓰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병원 의사도 샐러리맨이니까. 하고 말지만… 샐러리맨이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네. 하고 만다.
인생은 게임이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을 알고 있다. 지금도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직장생활은 게임이야. 라고 한다면,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직장생활은 바둑과 다를 것이 없어. 라고 주장하는 이 만화는 그래서, 때로 도움되는 말들이 튀어나와 새롭게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서 좋다. 그래서? 리얼한가? 그러기도. 아니기도.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 정재승 기획
세계적 과학지 <<사이언스>>가 2005년에 창간 125주년을 맞아 우주, 자연, 생명, 의식에 관한 가장 중요한 125개의 질문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중 몇 가지를 선정해서 대한민국 과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놓은 글이다. 미안하지만 별로. 다른 교양과학 책을 보는 것이 낫겠다. 다만 책 말미에 붙어있는 125개의 질문(스물 일곱 페이지 분량) 자체는 흥미롭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