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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
검붉은 사막의 바다, 푸른빛의 하늘과 노란빛 대지 그리고 하얀색 풍차, 얼음 속에 갇힌 꽃처럼 선명한 가을 색채의 들판, 원색 벌레가 돌아다니고 너무나 선명한 꽃들이 우거진 녹색 식물 사이로 어른거리는 밀림, 무희처럼 흩날리는 하얀색 눈꽃. 사건이 이뤄지는 장소마다 바뀌는 배경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원색의 강렬함. 장소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알맞은 미스터리를 꾸민 것 같은 느낌.
2.
미스터리는 유쾌했다. 독자를 앞에 두고 간단한 마술을 부린 듯 배경의 색채와 어울려 기묘한 분위기를 낳았다. 배경을 이루는 원색의 강렬함은 일종의 광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복선처럼 주어진 색채라고 해야겠다. 처음엔 색채가 툭 던져지고 미스터리가 실꾸러미가 되어 독자를 유혹하다가 마지막 한 순간 짧게 드러나는 진실. 옅은 광기와 미스터리가 어우러져 미시적 환상이라고 부를만한 풍경을 보여준다.
3.
미스터리에서 장소는 아주 중요한 장치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사건을 규정하는 구성적 장치이기도 하고, 색채를 위한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색채는 사건의 의미와 인상을 독자의 촉각에 와 닿게 하는(원색의 강렬함은 시각 보다 촉각을 자극한다.) 기능을 하고 있다. 뭐랄까… 이 소설에서는 장소-색채가 곧 ‘사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