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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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히 당겨진 낚싯줄을 줄곧 상상했다. 낚싯줄을 어깨에 드리우고 깊은 바닷속 물고기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노인의 발끝. 당김과 당겨짐의 힘이 한곳에 집중된 그 지점을.

 

좀 더 좁은 범위에 신경을 쓰게 됐다. 오래 전 읽었을 적에는 상어와의 격투가 가장 눈에 들어왔었지만, 이젠 그 지점. 노인과 청새치가 힘의 균형을 이루던 그 순간이 더 와 닿았다. 낚싯줄이 몸에 닿는 느낌. 온 몸으로 적이자 동료인 청새치를 느끼던 그 순간. 지금이라고 불리는 그 몰입의 시간은 실감나는 지점이었다.

 

큰 소리로 외치듯 내뱉는 혼잣말과 곁에 있었으면 하고 자꾸 아쉬워하던 소년의 존재, 아프리카 사자 꿈 같은 것들도 이미지로 선명히 다가온다.

 

<<로드>>가 생각났다. 이 두 말년의 양식들에 대해서. 이렇게 생생한 느낌을 받은 것에 대해선 고맙다고 해야겠지. 그렇지만 나는 이 리뷰 쓰기를 상당 기간 망설였다. 무슨 확실한 비판의 표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데, 이번에 읽었을 때는 나는 뭐랄까 이 소설의 저변에 깔려있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왠지 꺼려졌다. 세피아빛 사진처럼. <<로드>>의 결말에서도 느낀 점인데, 그건 세상과의 타협이거나 과거 시절에 대한 향수이거나 하는 그런 게 엷게 발라져 있는 것 같았다.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 어디 나가 소주라도 한 잔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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