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장에서, 사라져버린 달팽이로 인해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를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전 3~4년 동안 어머니도 작은 아파트,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낮에는 간병인이 있었고 밤에는 내가 있었지만 아마도 어머니가 느끼는 고립감은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컸을 것이다. 서른넷의 나이에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 밖에 없는 저자가 ‘달팽이’를 관찰하고 신경 쓰고 결국 애정에 가까운 느낌을 가졌을 때, 갑자기 달팽이가 보이지 않게 된 그 날. 절망에 빠진 저자의 모습은, 어느 밤 건넌방으로 가서 자려고 안방의 불을 끄며 잘 주무시라고 말했을 때 그래 하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침대 위에서 힘없이 등을 돌리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옛일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읽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다. 다행히 저자는 힘을 얻는다. 희망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 아주 작은 존재 달팽이를 관찰하면서 생긴 삶에 대한 희망이 나까지 위로해 준다. 토닥거려 준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