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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ㅣ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린 광고가 잡지를 도배하듯 우리의 삶에서도 우리가 욕망하는 상품들이 목적이 되어 버렸고, 그물에 걸린 어류들마냥 우리는 낚여 버렸다. 세상의 경계 안에서 더 이상 주인이 아닌 부스러기 같은 존재들이 되어 버렸다. 고 페렉은 말한다.
소설은 제롬과 실비라는 1960년대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그들의 고급해진 취향과 가벼운 주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는지를 보여 주는데, 가구, 인테리어 소품, 의상, 책, 음식, 영화… 상품명들을 길게 나열하기만 해도 주인공들뿐 아니라 독자인 우리도 또한 얼마나 쉽게 욕망에 동요되는지를 은밀하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그 모든 욕망을 채울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은 무의미 하다. 이미 그 상품들의 기다란 목록은 현대인의 호흡과 같다. 그 상품들을 화폐를 지불해 더 이상 살 수 없을 때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하기 때문이다. 행복의 덫에 걸렸다는 페렉의 말은 20세기 이후 우리 모두의 비명(碑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