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평형 -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매혹의 책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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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안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상태의, 어느 한 순간을 보면 전체적으로 느긋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분자들이 ‘고여있는 상태’다.
: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다. 의식, 기억은 어떤 흐름의 효과일 뿐이다. 라는 사고방식은 익숙하면서도 늘 깜짝 놀라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즉, 과거란 현재이며 그리운 것이 있다면 그건 과거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립다는 상태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 하지만 그것을 과연 그저 ‘불과한’ 것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회로 어딘가에 자극이 입력된다. 그것은 익숙한 냄새일지도 모른다. 혹은 멜로디일지도 모른다. 작은 유리 파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자극은 그 회로를 활동 전위의 물결 모양으로 타고 흐르며 신경 세포에 하나하나 불을 켠다.
: 물결이 넘실거림에 따라 전등 하나하나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 인상 깊은 비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1년이라는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은 ‘분모가 커지기 때문’이 아니다. 내 생명의 회전속도가 실제 시간의 경과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 몸의 대사가 늦어지고 그로 인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진다는 것. 정말 상대성이론은 어디든 존재하는 것이구나. 몸의 대사를 느리게 하는 것. 동양의 명상이라든가 요가라는 것의 핵심 중 하나가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는 것인데, 이것과 맥락이 딱 들어맞는다. 옛사람들의 지혜는 어딘지 신비로운 데가 있다.


불규칙으로부터 패턴을 읽어내는 ‘뛰어난 직감’, 이것이 거꾸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패턴화로 인해 자연이 갖는 복잡한 정교함이나 미묘한 차이 등을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문학작품을 읽는 것에도 이런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개념’으로 뭔가를 포착하고 구조화하려고 한다. 그것이 텍스트를 읽는데 대단히 ‘뛰어난’ 효과를 내지만, 적지 않게 작품이 갖는 복잡한 정교함이나 미묘한 차이를 건너뛰게 만들기도 한다.


소화라는 기능의 본질은 결코 음식물이 잘 내려가라고 음식을 잘게 부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해체하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단백질은 소화효소에 의해 그 구성단위 즉,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다음에 흡수된다. 단백질이 ‘문장’이라면 아미노산은 문장을 구성하는 ‘알파벳’에 해당한다.
: 보다 더 포인트, 단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현재에 몰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미 우리 몸이 그러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화관 신경회로망을 리틀 브레인이라 부르는 연구자도 있다. 게다가 그것은 뇌에 비해 절대 작지 않은 대규모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소화관으로 느끼고 사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몸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신경회로망은 말초신경계라고 하지만 말초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 다른 중추이며 아주 커다란 네트워크다. 마음 마음 했다가 이제 뇌 뇌 한다. 몸 몸 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은 어쩌면 이런 발견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는지도..


생명활동이란 아미노산 배열의 헤쳐 모여
: 합성과 분해의 반복. 그 절묘한 균형이 생명이다. 배우고 표현하고 하는 모든 것들도 그러하고 과학이나 인문학 같은 분과가 분해를 담당한다면 예술이 주로 합성을 담당하는 것과 같이.. 세상은 그렇게 합성과 분해라는, 결국 먹고 싸는 문제의 사이클이다.


만약 피부가 콜라겐을 만들고 싶을 때는 피부 세포가 혈액 중의 아미노산을 흡수하여 필요량을 합성할 뿐이다. 콜라겐, 혹은 저분자화한 식품을 먹어도 그것이 체내의 콜라겐을 보충해 주지는 못한다.
: 뇌처럼 생긴 호두를 먹는다고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콜라겐을 먹는다고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기-화학물질(시냅스)-전기. 왜 뇌가 전기라는 귀찮을 것 같은 방법을 채택했는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중간에서 화학물질을 주고 받음으로 인해 다양한 조절, 즉 브레이크나 가속 페달을 쉽게 밟을 수 있을 거라 추측해 볼 수 있다.
: 인체는 정말 신비로워..


아미노산에는 20종류가 있는데 사람에게는 그 중 9종이 필수아미노산이고 11종이 비필수 아미노산이다. 필수아미노산이란 동물 체내에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 비필수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제조가 가능한 것이다. 콜라겐은 비필수 아미노산이므로 우리 몸에서 제조가 가능하다. 필수 아미노산은 종에 따라 다르다. 즉 사람과 쥐의 필수아미노산은 다르다.
: 책을 읽는다는 것.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 이것이 갖는 의미도 그런 것 아닐까. 우리 안에서는 제조할 수 없는 어떤 의미들을 획득하기 위한 본능적 행동.


생명현상을 포함한 자연계 시스템은 대부분 비례관계(선형성)이 아니다. 비선형성인 것이다. 자연계의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는 대부분 S자를 좌우로 늘여놓은 것과 같은 시그모이드 곡선이라는 비선형성을 취한다. 시그모이드 곡선에서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는 ‘둔감-민감-둔감’으로 바뀐다.
: 쏠림 현상이 자연스럽다는 말과 같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게 자연이라는 말이다. 불공평한 세상..


거꾸로 가능한 한 인슐린이 방출되지 않도록 ‘조금씩 몰래’ 먹을 수 있다면 그만큼 지방세포가 받아들이는 명령은 적어지게 된다. 즉, 살이 찌지 않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방법이 가능할까? 답은 예스다. 느린 음식(slow food)을 택해 천천히 먹으면 된다. 느린 음식이란 꼭꼭 잘 씹어야 하는 것, 소화와 흡수가 천천히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같은 칼로리라도 흰 쌀밥, 시리얼, 메밀국수, 현미의 소화 흡수 속도를 비교해 보면 85, 75, 54, 50이다.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은가.
: 칼로리도 중요하지만, 소화 흡수 속도도 중요하다는 것. 인슐린의 양을 조절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겠다.


‘생명의 시스템’과 ‘기계의 메커니즘’의 차이를 읽어내는 열쇠 가운데 하나는 시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계를 조립하는 데 있어 시간적 순서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 전체는 부분의 총합이 아니라는 것.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인 작은 세균은 자신의 산화 능력을 이용해 에너지(ATP)를 만들어 대형 세균에 공급했다. 숙주인 대형 세균은 소형 세균을 자신의 몸 속에서 지켜주며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나누어 주었다.
: 미토콘드리아의 세포 공생설을 말한다. 이런 공생이 없었다면 더 고등한 생물로의 진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공생은 더 고등한 것으로의 진화를 위한 아주 좋은 방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미토콘드리아 세포 공생설을 주창한 사람은 린 마굴리스. 이혼하긴 했지만 코스모스의 저자이고 나사의 혹성탐사를 지휘하기도 했던 바로 그 칼 세이건이 남편이다. 난 사람들이로구나…


따라서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모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난자 속으로 정자가 들어가 수정이 이뤄질 때 정자에서 난자로 이동하는 것은 DNA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 몸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모계에서 나온 셈. 이것을 역추적함으로써 현재 인류의 기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약 16만년 전의 아프리카. 현재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의 어떤 여성으로부터 기원하고 있다는 것. 미토콘드리아 이브.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생명이란 동적인 평형 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이다. 생명현상이란 구조가 아니라 ‘효과’인 것이다.
평형상태에 있는 네트워크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대신 다른 부분을 넣거나 국지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일은 언뜻 효율적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평형계에 부하가 걸리도록 하여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카르테지앙의 기계론적 생명관은 위험하다. 생명은 미미하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적응하는 시스템. 그렇기 때문에 4대강 토목사업이 그렇게나 염려스러운 것이다.


효율보다 질감이 필요하며 가속은 등신대의 속도로 감속되고, 직선성은 순환성으로 대체된다. 이런 흐름이야말로 로하스적 사고다.
: 이런 사고방식이 좋다. 이런 철학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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