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스승 - 지적 해방에 대한 다섯 가지 교훈
자크 랑시에르 지음, 양창렬 옮김 / 궁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명섭의 <<즐거운 지식>>에 의해 자극 받아 자크 랑시에르의 책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이 한국에서는 제일 많이 팔린 듯 해서 구입했으나, 실은 큰 기대는 안 했다. 제목만 보고 지레짐작하여 교육학 관련 내용이라고 단정지어 버렸기 때문이다. 교육학은 내가 관심 갖는 주제가 아니기에 사 놓기는 했는데 손이 갈지 좀 의문스러웠다. 그래서 앞 부분만 조금 맛본다 생각하고 읽었는데, . 이거 그냥 놔버릴 수가 없네.  

가르치고 배우는 문제를 다뤘으니 교육학 관련 책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만, 굉장히 한정하여 선을 그어 버린 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넓게 커뮤니케이션론 이라거나 소통의 윤리학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학창시절에 공산주의가 현실에서 무너진 이유를 배울 때, 인간의 사유재산에 대한 욕망을 마르크스나 레닌이 제대로 보지 못해서 공산주의는 큰 한계를 가진다. 라는 식으로 교과를 암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과연 그게 다일까? 라는 평상시 나와는 다르게 상당히 적극적인 반감을 품었었다. 내가 그때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실은 이런 거였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초기 좌파 엘리트. 즉 공산주의를 지도하는 자들은 마치 마르크스나 레닌의 말이 예수님의 말씀인양.. 이해하지 못하는 인민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지녔었다고 생각한다. 즉 기득권층이 권력과 돈, 그리고 남성성을 갖고 스스로를 높이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사람들을 깔봤다면, 이 초기의 지식인들(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지식으로 인민들을 깔봤다. 무언가 어떤 이즘이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헤매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그때는 감이었지만 지금은 보다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랑시에르는 이렇게 내가 느낀 지능의 평등이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선명하게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이 더 흥미로운 점은 실제사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네덜란드어를 못하는 프랑스 사람이 프랑스어를 못하는 네덜란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친 사례. 19세기의 조제프 자코토.  

인민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지도 부족이 아니라 인민의 지능이 열등하다는 믿음이다.’ 

이 말로 흔들리는 것은 현대의 거의 모든 것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