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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철학 대 철학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원래 ‘요약’을 좋아하진 않는다. 요리사는 집에서까지 요리하기 싫어한다는 말이 있듯 직장에서 기획을 하고 보고를 하며 늘 ‘요약’이란 것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요약을 하면 복잡하고 거대한 것들을 나름 손 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강신주의 이 책은 요약이 힘들다. 아니, 요약이 너무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2명의 철학자를 등장시켜 복싱을 하게 하는 식인데, 해설자는 또 다른 제3의 철학자의 이론까지 들먹인다. 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인상이다. 내 머릿속에 철학의 계보가 주르르 꿰어 있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일단, 문제는 문제의 ‘선정’이다. 2명의 철학자를 하나의 테제를 놓고 다투게 할 때, 독자인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2명의 철학자와 해설자의 이론이 아니라 그 ‘테제’가 나에게 절실한가. 하는 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총 56개의 꼭지들 자체에 문제가 있다. 뭐랄까. 거의 유혹적이지 않다. 특히 2부 동양편은 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문제에 적합한 방법인가. 즉 적합한 인선(人選)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당연히 저자 자신의 지식연마의 종합일 터여서 뭐라 말할 수는 없겠지. 철학사적으로 그렇다 라고 고정된 것들도 있고 저자 자신이 공부한 이력에 의해 정해진 것일 테니. 하지만 아쉬운 점은 훨씬 불꽃 튀길만한 상대들로 대진을 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게 대진을 짰는데 여전히 내가 그것들이 불꽃 튀긴다고 느끼지 못하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
세 번째는 너무 폭이 넓지 않은가에 대한 의심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렇게 넓은 범위를 저자 혼자서 썼다는 사실 자체가 내용의 충실, 또는 투명함에 대한 의구심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목록으로써 생각거리로써 참조할 만 하다. 철학자와 철학자가 어떤 입장을 지녔었는지 개념과 개념이 어떤 극명한 차이점을 가졌는지 알고자 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차라리 강신주 자신이 가장 관심 갖고 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비트겐슈타인, 나가르주나, 스피노자, 알튀세르, 들뢰즈(장자가 없다는 게 의외)의 목소리로 각 철학자들의 주요 개념들을 설파하는 작품이 나온다면 더 호기심이 발동할 것 같다. 이런 작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