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지식 -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187편의 지식 오디세이
고명섭 지음 / 사계절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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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독서기록을 읽는 일은 괴롭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확신이 든다. 나의 리뷰도 아마 그럴 것이다. 읽은 것들이 거의 겹치지 않거나 너무 많이 중복되거나. 둘 다 힘들다.


언론지(한겨레)에 올린 신간리뷰들을 모아 놓았다. 파토스가 넘치는 리뷰 블로거들의 포스팅 조차도 어쩔 때는 지루하지만, 소개 정보에 치중한 언론사의 기사 묶음을 이렇게 한꺼번에 읽어 보니 아. 이건 더 지루하군.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말의 반복이 눈에 치인다. 가끔 신문으로 봤을 때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간만에 정말 열심히 읽었다. 내가 읽었던 것들은 별로 없었지만, 이해 못할 내용 또한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일단 나아갈 수 있었다. 지젝, 네그리, 고진의 북 리뷰를 전진 배치한 것이 아마 내게는 크게 주효했던 것 같다. 지젝은 풍부한 글감으로 고진은 선명한 문체로 네그리는 문제적 개념의 제시로, 관심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키는 철학자들이기에..


괴로운 데도 리뷰들을 찾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발견’하고 싶어서다. 보물찾기처럼, 내 무딘 소유욕과 호기심에 불을 지펴줄 것을 탐색해 보고 싶어서다.


자크 랑시에르, 김상봉,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고 말해야겠다. 이름들은 들어 봤지만 리뷰를 읽어보니 끌리는 게 많다. 그리고 미하일 바흐친, 이진경은 리마인드가 됐다.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배제를 뚫고 일어서 자신의 언어를 되찾고 자신을 보이는 자리에 세우는 것이 랑시에르적 정치’라는 글을 읽으니,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그냥 단순히 좋아해서이거나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 또는 위안을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것이 갑자기 분명해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언어’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 자유 만큼이나 내게 절실한 것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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