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독자 보통의 독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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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름다움의 가르침은 아름다움의 목소리와 떼어놓을 수 없으며’

그러기에 울프는 소설가 개인의 기질에 그렇게나 많은 관심을 보인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프 콘래드 등. 울프는 항상 작가의 기질을 주의 깊게 감지함으로써 그네들이 품고 있는 일종의 모순(매력적 모순)을 간파하려 노력한다.  


2.
나 같은 경우, 소설 속 인물들보다 작가를 상위 카테고리에 두고 보는 게(피라미드 식으로) 익숙한데, 울프는 작가를 등장 인물과 같은 위상에 두고 볼 줄 안다. 소설의 외부든 내부든 ‘인물’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나간다.

이것은 내가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에 꽤 익숙해져 있고, 학창시절 작품의 ‘분석’에만 치중했던 문학 교육에 대한 깊은 반발로 인해 ‘인물’을 전보다 덜 중요하게 보게 된 내 시각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인 울프 보다 인물간 관계/갈등 보다는 소설의 구조/플롯/배경 등에 더 관심이 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인물’에 포커싱을 맞추는 울프의 시각은 내 고정된 프레임을 자각하게 해 준다.  


3.
‘여자’이면서 ‘영국인’임을 항상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그때뿐 아니라 현재도 어떤 면에선 그렇듯)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러시아 작가들(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에 대한 질투 어린 감상과 옛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그리스적 기질에 대해 논할 때,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와 조지 엘리엇을 추켜 세울 때.. 울프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즉, 이 보통의 독자는 그들과 마주침으로써 또한 스스로를 보여주고 있다. 기질을 드러내고 있다. 문학이 소통이라는 울프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글에 묻어 나고 있다.  


4.
‘그것은 다른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순간, 그 자체적으로는 웅변적이거나 격렬하거나 또는 언어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책 전체의 무게가 그 말의 뒤에 놓이는 순간이다.’

‘책 전체의 무게가 뒤에 놓이는 순간’
아. 멋지다. 맞다. 기억이 오래가는 소설은 늘 그런 순간이 있었다. 속력을 높여 직진하던 차가 방향을 틀 때 느껴지는 가속감, 중력감 같은 것. 스윙바이의 순간. 장편소설을 읽을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을 표현한 울프의 한 문장은,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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