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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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이없는 행복감.
축 늘어진 퇴근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카모메 식당은 내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동네 카페로 이끌었다. 이 기분. 행복감을 멈춤 없이 즐기고 싶은 마음. 사치에의 삶에 대한 태도. 그 태평스러움은 일본대지진과 리비아 사태, 손해보고 있는 주식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그건 것들에 대한 나의 반응을 싹 쓸어버리고 있었다.


발목을 잡는 것들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나?
친한 여자 동료들이 작년부터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해외를 들락거리고 있다. 그 친구들이 나더러, 밥 해줘야 할 사람이 없는 나 같은 솔로라면 편한 마음으로 그냥 쓩 언제라도 날아가겠다고 한다. 그래 도대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정말 바보 같이 어느새 젖어버린 것 아닌가? 습관에 쩔은 것 아닌가? 긴 여행, 돌아오는 것을 기약하지 않는 여행을 가고 싶어.. 라는 말은 소망일뿐, 결국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나는 놓치고 보내 버리고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치에는 오랜 준비 끝에, 미도리와 마사코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들이 느슨해 졌을 때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그냥 아무 뒷생각도 없이 일본을 떠나 아주 먼 곳. 핀란드로 날아왔다. 느닷없음과 태평스러움. 읽는 내내 행복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 둘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족은 내가 원하는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가족 같은 관계는 진정으로 내게 필요하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는 가족. 거부감이 들지도 특별하게 애착이 가지도 않는 말. 가족. 이라는 말. 가만 생각해 보니 내게 필요한 것은 가족 같은 관계이지 가족은 아니다. 아무 관계도 없던 이들 세 명이 핀란드 헬싱키 카모메 식당에 모여 함께 일하고 생활하고 삶을 행복하게 향유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비록 판타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해도)을 보여 준다.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 거기에 있다. 의지를 내세우지 않는 의지를 기반으로 한 친구 같은 가족 같은 관계. 수평적 관계. 그래서 언제라도 맘이 또 다른 데로 흘러가면 태평스럽게 그리로 또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관계. 카모메 식당은 그래서 열린 창문 같다. 산뜻한 바람이 불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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