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샬리마르
살만 루슈디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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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자 마자 샀고 읽었다. 450여 페이지까지.
그리고는 5~6개월이 지나 그 다음부터 623페이지까지 그제서야 마무리를 지었다.

루슈디의 스토리텔링은 놀라웠다. 꽤 긴 시간을 훌쩍 뛰어 넘었는데도 다시 책을 들고 한 두 페이지를 읽자 전에 읽었던 것들이 모두 마치 어제 읽었던 것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이런 건 드문 일인데…

멈춘 것은 소설 탓이 아니었다. 누구 말처럼 두 어깨에 곰 몇 마리가 걸터앉은 듯 바쁜 업무 때문에 이 책을 더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소파에 반쯤 누워 읽을만한 그런 게 아니라 단단한 나무의자에 앉아 허리를 곧추 세우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종류의 소설이다.

화자의 목소리가 처음엔 걸렸다. 비평하는 목소리. 약간은 판사 같은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이 루슈디의 자의식의 과잉으로 보여 거북했다. 아, 신문기자의 기사 같기도 하다.

카슈미르의 파치감, 부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기서부터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 것은. 마치 마법의 마을처럼, 어렸을 적 외할머니네 동네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하지만, 노스탤지어는 짧았다. 곧바로 들이닥치는 시대의 광폭함. 미친 듯 굴러가는 광란의 바람이 이 카슈미르의 촌까지 덮쳐버린다. 황폐화되는 파치감은 곧바로 폐기되어 버려지는 인간성의 한 예시가 되어버린다.

이 마을, 파치감의 운명과 똑같이 부니, 샬리마르, 막스 그리고 카슈미라는 스러져간다. 시대의 키워드는 전쟁, 살육, 분열, 욕망, 민족, 이데올로기였고 그 미친 폭풍우는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모든 이에게 각자의 어리석음만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 미친 시대였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그리고 우리는.

끝나지 않는 싸움으로 막을 내리는 작품의 결말이 모든 것들을 암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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