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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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리자면 <<칼의 노래>>가 이 소설에서 작가가 ‘기름진 꽃잎이 열리면 바로 떨어져버리는 동시성, 말하자면 절정 안에 이미 추락을 간직하고 있는 그 마주 당기는 무게의 균형과 그 운동태의 긴장을 데생으로 표현하는 일’ 이라고 표현한 말 중에서 그 ‘운동태의 긴장’에 무게중심이 쏠린 작품이었다면, <<내 젊은 날의 숲>>은 ‘균형’에 돌 한 덩어리를 더 얹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에서는 아주 빈번히 반복적으로 질리도록 독자들이 알아채지 못할까 봐서 노심초사하듯 과거와 현재, 광각과 접사가, 안과 밖이, 동물성과 식물성.. 등등이 교차하고 있는데, 은유로서뿐만 아니라 문장의 길이(데이터 量)에서 조차 균형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작품 중,

거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꺾자, 아득히 흐리고 빈 공간이 펼쳐졌다. 자동차가 단 한 번 우회전함으로써 그렇게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은 막막한 세상이 전개될 수 있었다.

라는 문장에서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우회전’을 했고, 암시에 걸려 최면에 빠진 사람처럼 그녀의 ‘민통선 안 수목원’으로 접어 들었다. 이 부분이 몹시 마음에 든다. 별 문장도 아닌데, 그 ‘단 한 번 우회전’이라는 말이 나만의 성지(聖地)로 들어가게 하는 열쇠어가 된 기분이 든다.

<<내 젊은 날의 숲>>이라는 제목에서도 느끼듯 왠지 회상조여서 맥이 좀 빠진 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 ‘균형’은, 치유와 자생으로 가는 여정은, 즐거웠다.

다만, 1인칭 주인공인 ‘조연주’가 여자인데, 목소리는 아무리 봐도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라고 느껴지는 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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