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톰 매카시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1.
끝으로 갈수록 더해지는 밀도로 인해, 있는 힘껏 밀어내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점점 더해지는 재연의 규모와 주인공이 재연에 몰입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독자인 나도 어느덧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주인공, 주인공의 병참 비서라 할 수 있는 나즈, 저자 톰 매카시, 그리고 독자인 나 이렇게 넷이 4인5각으로 골인지점을 향해 엄청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마치 극장에서 공연을 보듯 그렇게 보였다.

2.
그 몰입의 마지막, 소실점은 한 마디로 ‘미친’ 것이다. 집중력을 어마어마하게 높여 마치 포뮬러1 머신들의 어마어마한 속도 속에서 드라이브를 하는 선수의 그것과 같은 지경이다. 그 속도를 견딜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고 주인공은 그 한계를 넘는다. 그리고 정말 흔해 빠진 말이지만 정말 흔하지 않는 의미에서 ‘미친’다. <<미쳐야 미친다>>의 긍정적 미침이 아니다. 거의 공포스런 미침이다.

3.
우연한 사고로 얻은 엄청난 보상금으로 그가 한 일은 ‘재연’을 위해 장비를 갖추고 사람들을 부리는 일이었다. 명령을 하는 것. 자신만을 위해 타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 그것은 그가 재연을 되풀이 함으로써 자기 몸에서 생성되는 오피오이드(아편 같은 호르몬)로 인한 황홀감 만큼이나 아마도 그를 빠뜨렸던 것 같다. 증폭제로서 기능하는 부, 권력.

4.
제목 <<찌꺼기>>의 원 제목이 <<Remainder>>인데, 소설은 정말 이 낱말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하고 확장하고, 요리조리 기가 막히게, 존재론적으로, 윤리적으로, 법률적으로, 경제적으로, 미학적으로 사용한다. 잉여, 물질, 얼룩, 벽에 난 금, 조각에서 덜어내야 하는 부분, 나머지, 리시두얼 등등 수 많은 낱말이 결국 Remainder로 귀일한다. 파리지옥에 걸려든 것처럼, 어느새 우리는 숨을 멈추고 공포에 휩싸인다.

주인공이 ‘재연’을 시작할 때부터 소설은 굉장해진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찌꺼기를 걸러내고 ‘진짜’에 이른다는 아이디어와 그 반복의 ‘의미’를 ‘혼자만’ 안다는 것이 얼마만한 미친 어둠을 만들어내는지..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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