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등딱지를 보석과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장면부터 취향의 기괴함이 솔솔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복화술을 하는 여성, 남자 같은 근육을 지닌 여성과의 잠자리 장면도 눈요기거리다. 눈요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 소설 전체가 실상 눈요기거리기 때문이다. 플롯이 있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자기 취향을 늘어놓은 선반이 있는 방 안을 둘러보는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품 안에서 얘기되는 것들 모두가 눈요기거리가 되는 셈이다. 수많은 향수로 음악을 작곡하듯 하는 장면이나, 디킨스의 작품을 읽고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려다 파리의 런던분위기 술집을 경험하곤 그냥 돌아오는 장면 등도 거북이 등딱지와 복화술 하는 여성과의 잠자리보다는 덜 하지만 아주 대단한 눈요기거리다. 이에 비하면 라틴어 문학이나 작가 위스망스와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비평, 회화 작품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설파하는 부분은 평범하다. 씨니컬 하지는 않지만 날 선 혓바닥을 지닌 화자의 어투가 처음에는 좀 거북했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맘에 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귀스타브 모로의 회화작품을 알게 된 것은 수확이다. 또 한 명의 호기심 가는 화가를 발굴한 기분. 졸라, 공쿠르, 보들레르, 베를렌, 말라르메 등 프랑스 작가/시인들에 대한 그의 말들엔 별 관심이 안 갔지만 디킨스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호감 어린 입장은 두 작가에 대해 내가 느끼고 있는 의무감에 무게를 더 하게 만들기도 했다. 데 제쎙트(주인공)가 화려한 생활 후 성불능이 되었다는 것. 파리와 완전히 먼 어느 동네가 아니라 파리 근교의 한가로운 시골에 은둔한다는 것. 펑펑 써 버려 절약하긴 해야 하나 그래도 여전히 자기 취미를 위해선 써 버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결국 의사의 진찰결과에 굴복해 다시 파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등등.. 뻔한 은유일 지도 모르지만.. 동시대의 대세(자연주의 문학)를 거스르는(거꾸로) 위스망스의 취향은 은근 매력적인 데가 많다. 오타쿠 문화의 선두주자였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