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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후각, 미각을 비롯한 다섯 가지 감각과 여섯 번째 감각이라 할 수 있는 공감각에 대해 과학적 인문학적인 지식을 전해주는 이 책은 내용이 아주 시적이고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감각은 우리가 일부러 의식하기 전까지는 거의 의식되지 않는다. 위험이 닥쳤거나 커다란 기쁨 같은 것을 느끼기 전까진. 그것들은 자동적으로 작동되어 의식의 저편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마치 공기처럼 그 존재와 역할을 쉽게 잊고 무시하는 일이 생겨 버린다.
지난번에 [아시아-리얼리즘 展]을 보러 덕수궁미술관에 갔는데, 지하 시청역에서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매미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폭포수처럼.. 하늘에서 수 백 만개의 빗방울로 떨어지는 분수처럼.. 매미의 울음소리는 여름을 ‘의식’하게 해 주었고 또한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 주는 기쁨도 주었다. 그 울음소리는 단지 청각만을 반응시킨 것이 아니라 따갑다는 느낌. 즉 촉각과.. 나뭇잎의 색깔까지도 더욱 푸르게 도드라져 보이게 만드는.. 즉 시각까지도 더욱 풍부하게 자극했다. 축복 같은 느낌.
의식되지 않는 것이라도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감각의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길어 올리는 일은 우리 삶에 멋진 주름들을 생성시키는 일이기에..
이렇게 리듬감이 살아 있는 인문학/과학책을 읽어 본 게 언제쯤인지 기억이 안 난다. 몇 번을 읽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