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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광대 이야기 -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청춘스럽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고 단연 눈길이 갔던 건 <어느 젊은 광대이야기>라는 제목과 하얀얼굴의 분장을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처음엔 표지와 제목에서 보여 주듯이 광대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알록달록한 옷, 과장되게 그린 커다란 빨간 입술, 우스꽝 스럽고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광대보다 더 빛나는 총천연색의 삶을 찾기 위해 떠난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서 그리고 고아원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한순간 쯤은 광대가 되기도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한창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어느 순례자의 사진을 보고 세상의 끝(피니스테레)을 만날 수 있다는 그 곳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가야하는 지 알아보며 떠나기까진 2주도 걸리지 않았다. 간단한 옷과 상비약, 분장크림등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날아간 그 곳에서 그렇게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는 그저 한 사람의 순례자가 되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하늘 아래에서 걷고 걸어 다리는 퉁퉁 붓고,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잡히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금방 친구가 됐고, 위로가 되는 그들이 있어서 그의 여행은 그리 고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길에서 마주쳤던 사람들과 지나쳤던 풍경들 그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면서, 기나긴 길을 그저 걷는 다는 행위를 통해서 품은 많은 생각들이 고스란히 잘 묻어나 있었다. 여러가지를 제하고 보니 남은 15만원이라는 경비의 압박때문에 열약한 음식을 먹고, 광대가 되어 공연을 하면서 해프닝도 있었지만 무사히 순례길의 여정을 마치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벅참, 해냈다는 만족감, 약간의 허무함 등이 뒤섞여 나는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할 감정들이 한꺼번에 마구 밀려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도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그런 감정을 느껴볼 수 있을까??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힘들겠지만 한번 쯤은 그저 걷는 다는 것,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국에서 취직을 하고 일하다 문득 돌아본 자신이 싫어 다시 인도로 떠난 제 2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인도 영화관에서 영화한편을 보기도 하고, 옷가게 직원이 되기도 하고, 고아원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인도라는 곳도 그 답게 참 알차게 즐기다 온 것 같다. 두번의 일탈~모두 청.춘.스.럽.게 마침표를 찍었다. 누구나가 마땅히 가야만 하는 길을 앞에 두고도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이성보다는 감성을 더 따르고, 떠나야 겠다는 결심도 그것을 실행한 것도 한순간이었던 용기있던 사람. 참 대단하다. 세상엔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내 인생을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조금 더 가치있게 살면 좋겠다 느끼게 하는, 나도 따라해 보고 싶다 느끼는 그런 이야기를 또 하나 만났다. 오늘도 여러가지를 배우고 느끼며 앞으로도 청춘스럽게, 멋지게 살아갈 나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