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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5월
평점 :
나라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영국과 프랑스같은 여느 유럽국가들에 비해정보도 관심도 부족한, 광고에서 본 자일리톨과 휘바휘바, 총체적으로 잘 모르는 곳이라 신비스러운 곳. 내 머리속의 핀란드는 이정도로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도 참 핀란드에 대해서 무지하구나... 그래서 오히려 익숙하지 않아 궁금해 지는 색다른 느낌의 핀란드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제목의 핀란드 하나만 보고 무작정 읽고 싶었던 책, 나를 핀란드 속으로 쏙 이끌어 줄것 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해안의 시골마을에서 닭을 키우며 지내는 매일의 일상이 계속 반복되던 나날, 문득 그런 삶에 회의를 느끼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어느곳으로 갈까 고민끝에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발, 불가리아,루마니아,폴란드 그리고 발트해 해안의 3개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거쳐 마지막 종착역 핀란드까지. 덕분에 터키에서부터 핀란드까지 많은 나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거의 다 잘 모르는 나라들이라 더 재미있었고 더 흥미로웠다.

어느 숙소가 시설이 좋고 몇시에 문을 여는지, 예쁜 카페가 어디에 있는지, 맛있는 음식점과 대표적인 음식은 무엇인지, 쇼핑하기 좋은 곳은 어디인지등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는 여행을 하며 겪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들과 생각들이 주를 이룬다. 여행서치고는 사진이 조금 적은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재미있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글들로 그득그득 채워주기 때문에 오히려 적은게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카파도키아에서 삼계탕을 끓여먹고, 새벽 2시에 다다른 브라쇼브의 기차역에서 만난 집시들이 두려워 예정에도 없던 기차를 타기도 하고, 즐거운 동행자 줄리안을 만나 함께 여행하기도 하고, 쿠라르프 기차역에서 사진기를 도둑맞아 잠시동안 사진기 없이 여행을 하기도 했다. 우지의 으스스한 느낌의 호텔에서 오싹한 상상을, 핀란드의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고성에서 오페라 한편을, 렌트카의 속도위반 벌금을 내지 않고 돌아와서 혹시나 올지도 모를 이메일이나 편지를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이야기들과 나라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좋았던 곳은 핀란드였다. 내가 제일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핀란드를 알고 매력을 한껏 느꼈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1.5배가 넘지만 총인구는 500만명 정도라 고요한 곳, 호수와 사우나 그리고 오두막이 많은 곳, 백야가 있는 곳, 과묵하고 무뚝뚝하고 수줍은 핀들이 많지만 젊은이들은 참 친절한 곳, 유기농 채소들이 그득한 곳..나는 이렇게 핀란드를 보고나서 꼭 핀란드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깨끗하고 조용한 핀란드 숲의 오두막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