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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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한 가정집 침대 아래에서 깊이 12m, 지름 80cm의 싱크홀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2007년에는 깊이 150m의 싱크홀이 발생해 몇 채의 집과 트럭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3명이 사망했고, 2010년에는 깊이 30m, 지름 20m의 싱크홀이 발생해 3층짜리 건물을 삼키기도 했다고 한다. 싱크홀이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패인 웅덩이를 말한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나친 양수(揚水)로 지하수의 수면이 내려가는 경우 동굴이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깔때기 모양 혹은 원통 모양을 이룬다. 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재앙, 싱크홀. 이번 소설은 이런 싱크홀을 소재로 하고 있다.

등산가인 혁은 산에서 영준을 잃고, 산을 오르지도 않고 지하 단칸방에 틀어박혀 생활하고 있다. 아내와 딸과 떨어져 살며 간간히 딸 안나를 만나는 날들. 그리고 돈만 쫓으며 살아가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동호는 운명으로 엮인 민주를 만나게 되면서 행복하기만 하다. 높이 256m,지상 123층 지하 7층의 거대한 시저스 타워가 개관하던 날, 시끌벅쩍한 이벤트가 이어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시저스타워에서 분주하다. 그러던 중 밤 12시를 알리는 카운트 다운과 함께 시저스타워는 그대로 싱크홀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혁의 아내와 딸 안나, 민주도 건물과 함께 땅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시저스 타워가 세워지기 일주일 전 혁과 아내와 안나의 이야기와 민주와 동호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등의 이이야기부터, 시저스 타워가 싱크홀로 사라져 버린 후 7일간의 싱크홀에서의 사투와 구조등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담고 있다. 싱크홀에 갇힌 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힘들어 보였고, 처참했다. 이미 다친 사람들과 시체들이 즐비한 암흑속에서 의지할 것이라고는 핸드폰 불빛 하나, 그 마저도 꺼질까 안절부절. 날이 갈수록 허기지고 목도 마르고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날들이 계속 되며, 누군가는 혼자 살기위해 함께있던 사람을 배신하기도 한다.나 먼저 살고 보자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살기 위해선 우선 나부터라는 생각이 위험속에서는 더 팽배해 진다. 누구나 자신의 생명이 더 소중하므로...어쩔 수 없는 선택.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먼저 택한다는 것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들이 더 존경받는 것이겠지만.

지반이 붕괴될까 구조작업이 더뎌지고 위층부터 조금씩 내려가니 혁은 지하에 있을 아내와 안나가 걱정돼 팀을 꾸려 직접 싱크홀로 내려가 구조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처참한 상황들을 보며 생존자들을 구해내게 된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구조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던 사람도 있었고, 끝에선 마음이 좀 먹먹해 지기도 했다. 재난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피가 마르고 힘들겠지만 밖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을 바라며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아픔도 그 못지 않게 크다는 걸 잘 느낄 수 있었다. 혁이 그랬고 동호가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테니까 말이다.

앞부분은 일상적인 연애나 가족소설, 뒷 부분은 싱크홀 속 거대한 건물에 갇힌 인물들의 상황이나 감정들이 잘 묘사되어 긴장감이 물씬 풍기는 재난 소설의 두가지 느낌을 준다. 가족애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사랑, 아픔, 눈물, 감동까지 모든 요소들이 잘 담겨있는 소설이었다. 싱크홀속의 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펼쳐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지만...싱크홀, 지진, 쓰나미 등 여러가지 자연재해는 세계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 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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