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도 좋았지만, <세실리아>도 뭔가 마음이 기울어진다. 특히 구멍을 파는작업을 했다고 했는데 전시회에서는 구멍을 메꾸는 작업을 했다고 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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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들에게는 말이 없고, 시설들에게는 응시가 없다. 시설들에게는 관계가 없고 시설들에게는 터치가 없다.

문산까지 오는 동안 필용이 전율했던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뻥 뚫린 것처럼 없어지고 말았다. 필용은 울었다. 울면서 무엇으로 대체되지도 좀 다르게 변형되지도 않고 무언가가 아주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하지만 그건 실제일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뭔가가 바뀌었을까. 바뀌면 얼마나 바뀔 수 있었을까….. 그런 질문들을 하기에 여기는 너무 한낮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정오가 넘은 지금은 환하고 환해서 감당할 수조차 없이 환한 한낮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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