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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동 사람들 - 공단 마을 이야기 ㅣ 보리 만화밥 12
이종철 지음 / 보리 / 2022년 8월
평점 :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p223
-일을 하며, 자꾸 들었던 생각이 있다.
왜 학교에서는 입시 교육만 가르쳤을까?
살아가는 방법,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학교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말해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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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공단마을인 제철동에서 살았던 이종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주인공 강이는 일곱살에 제철동으로 이사와 공장노동자들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던 부모님과 여동생 별이와 함께 식당에 딸린 단칸방에서 지낸다. 상주식당 아들이라 불리며 제철동의 많은 어른들과 또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강이는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들, 식사를 하러 오는 공장노동자들, 시장의 상인들, 다방 누나, 동네 형들과 동생들, 친구들,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개천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자전거를 타고, 별일 아닌 것들에 까르르 웃고, 장애가 있는 동생을 챙겨주고, 누군가를 위해 위로해주기도 하고, 친구들과 몰래 술 담배를 하기도 하면서 좋은일과 나쁜일들을 함께 하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마냥 철없이 지내던 아이들은 수능이 끝나고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리다고 돈을 적게 주고, 안정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위험한 현장에서 2인1조가 아닌 홀로 근무를 시키고, 때때로 산업재해 사고가 나는걸 목격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가정형편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없고, 그만 둘 수 없고,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없고, 꿈꿀 수도 없는 형편도 되지 않는 친구들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했다.
그리고 만화가를 꿈꾸던 강이는 자신의 꿈을 이뤘으나 여전히 빠듯한 형편에 투잡을 뛰고, 짬짬히 만화를 그리며 동생 별이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이뤘고 또 언제든 힘들면 돌아오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포항의 공단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실감나게 담아내 담백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유년시절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내 곁에 있었던 좋은 사람들과 잊었던 친구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까대기가 열악한 택배노동자의 현실을 그려냈다면 제철동 사람들은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따뜻함을 그려냈다.
역시 이번에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