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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그리며 살았다 - 한 예술가의 자유를 만나기까지의 여정
최종태 지음 / 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무엇을 만들까. 어떻게 만들까. 왜 만들어야 하는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 기나긴 사색의 길에서 미수米壽의 나이가 되는 그 어떤 날, 그 모든 문제들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허물을 벗고 나온 것 같았다. 새 세상을 본 것이다. 사방이 훤하게 트인 것 같은 어떤 언덕에 서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진리를 찾아서 한평생, 그 오뇌의 뒤안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가. 지난 십수 년간의 글들을 여기 모았다.” _서문에서
노교수의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좋다. 몇 번이고 되돌려 본다. 켜켜이 쌓인 삶의 내공이 느껴져 천천히 읽으며 되뇌인다. 가슴 한 구석에 박힌다. 그의 글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진짜 문장이란, 글이란 이런 것인가보다. 굳이 꾸미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진짜 글인가보다.
한국 미술의 산 증인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최종태님의 오랜 세월이 묻어나온다.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며 그려왔는지, 누구에게 배웠으며, 무엇을 바랐고, 극복하려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덤덤히 이야기한다.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이동훈, 김종영, 장욱진, 피카소와 자코메티, 이응노와 윤형근, 샤갈과 헨리 무어 등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부터 명작에 대한 견해, 예술관, 자유의 감각 등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 예술을 고민하고, 버텨오고, 즐겨온 그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는 말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일과 같았고, 마침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경험은 그에겐 종교적 체험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진정한 깊이가 있는 이에게서 들을 수 있는 영혼의 말이다. 겉만 훑는 사람에게는 절대 들을 수 없다. 나는 오늘 영혼의 문장을 읽었다.
📚 책 속에서...
예술가는 자기 집을 짓고 거기에서 삶을 마칠 수 있어야 한다. 나비도 집이 있고 개미도 집이 있다. 영원의 길목에다가 무너지지 않을 집을 지어야 한다. 허물었다 도로 쌓고 나는 매일 같이 집 짓는 일을 하고 있다. 내일이면 그럴 만한 집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 책 속에서...
나는 젊은 날부터 좋은 사람이 좋은 그림을 그린다 생각하고 일생 동안 그렇게 믿었다. 옛날에 위대한 예술을 만든 이들은 모두가 훌륭한 사람들이었으리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오늘은 될까, 또 오늘은 될까 하면서 항상 내일에 기대를 걸고 살아왔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인고忍苦의 날들을 지새웠다. 나의 그 포기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한 줄로 세운다면 몇 만 리가 될지.
📚 책 속에서...
내 맘대로 그린다. 틀렸대도 할 수 없다. 어제 간 길을 오늘 다시 밟지 않는다. 아직 발 디디지 않은 땅에서 보물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