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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우리나라 치매인구가 70만명. 65세 이상 노인 열명 중 한 명이 치매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삶의 끝단에 서서 죽음을 기다리는 치매노인들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저자는 7년간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100여명의 노인들을 떠나 보냈고, 그들과 함께 한 기억들을 남기고,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글을 써내려갔다. 삶의 끝에서 희망과 가치를 본 저자의 글들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가 본 것은 인생의 종착점에 다다른 치매노인들의 안타까움, 그 이상의 가치일 것이다.
글을 읽다가 몇 번이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에게도 충분히 있을만한, 그리고 있어왔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던 딸의 얼굴도,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의 강력했던 기억에만 의존하여 남은 나날들을 살아가는 그들의 꺼져가는 불씨가 애닯다.
누군가 말했다. 나이가 들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그것은 이제 죽음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병원에 갔다가, 집에서 모시고, 누구도 감당할 수 없어 요양원에 가고 그렇게 죽음으로 가는 거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니 말이다.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을 본다는 것. 그들의 빛나던 과거를 들추어보며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 해준다는 것. 적당한 사명감으로 절대 하지 못할 일일터이다. 목욕을 안 시켜 준다고 아들에게 고발을 해도, 매일밤 딸에게 데려다 달라고 보따리를 싸도, 그래도 한번 더 챙겨드리지 못한 채 떠나보내는 것이 마음 아프고, 좀 더 따스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해 쓰려하는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삶은 언젠간 끝난다. 정정하게 살다가 밤 사이에 죽는 것이 소원이라 할 만큼, 삶의 마지막이 아름다운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그리고 나. 가장 젊은 때이며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때이다. 서로 더 사랑하고, 더 표현해주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자. 지금이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일지 모르니 말이다.
📚 책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있다. 내일은 또 무엇을 잃어버릴지 모르겠다. 내 이름 석 자와 두 아들, 그리고 손주들 얼굴만이라도 잊어버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 책 속에서...
늦은 밤에 누군가 요양원 문을 두드렸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였는데 문을 열자 짙은 술 냄새가 풍겼다. ... “엄마…… 왜…… 안 죽어…….” 나는 의사 표현을 못 할 뿐 할머니가 다 듣고 있음을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 책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사랑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