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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평점 :
“성폭력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바이블”, “성폭력에 관해 대화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버린 책”
이 책은 성폭력의 피해자가 털어놓는 그날과 그날 이후의 날들에 대해 선명하게 그려낸 글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옥이다. 여자들의 미투는 끊이지 않고 날이 갈수록 더 불거지고 있다. 이제까지 비밀스럽게 숨겨져왔던 많은 성폭력 사건들은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코로나로 집안에 갇힌 여성들의 또다른 성폭행이, 모 정치인알 자살로 이끈 피해자의 2차 피해가, 그외에도 속으로 끙끙 앓아야 하는 많은 여성들의 아픔들이 느껴져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소변을 어디서 보았는지”, “살면서 필름이 몇 번이나 끊겨봤는지”, “남자친구와 독점적 관계인지”, “바람을 피워본 적 있는지”, “파티광인지”
성폭행의 피해자에게 판사가 건넨 질문은 그녀를 헤픈 여자로 몰아간다. 백인이자 스탠퍼드대 장학생이자 유명 수영선수인 가해자는 음주상태라 그럴 수 있었다며 두둔하던 판사조차 남자였을테지. 피해자들이 오히려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두려워하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이 여전히 존재함을,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임을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나성 중심의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고 소외 당하며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과 함께 저주를 퍼부어본다.
“그는 감방에 앉아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몸에서 내쫓긴 기분이 어떤 건지 절대로 모를 것이다”
피해자임에도 자신의 이름을 숨긴채 살아가야만 했던 성폭력 생존자의 일상이 슬프기만 하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겪어야만 했던 그 무거웠던 시간들. 암흑이었을 그녀의 시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가해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기를. 피해받은 여성들이 오히려 숨죽이고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제발 다시 이런 사건들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성폭행을 당한 이후 증상 ••
+ 사건 이후 0~24시간 : 무감각, 경미한 어지럼증, 알 수 없는 두려움, 충격
+ 2주~6개월 : 건망증, 탈진, 죄책감, 악몽
+ 6개월~3년 이상 : 고립감, 기억이 갑자기 한 번씩 되살아남, 자살 충동, 일을 하지 못함, 약물 남용, 관계의 어려움, 외로움.
📚 책 속에서...
폭행이 일어난 그 밤은 내게서 어떤 속 편한 감정을 앗아갔다. 즉흥성과 무모함은 어떻게 다를까? 알몸 상태가 문란함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조심성과 피해망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 책 속에서...
나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그냥 거기에 내버려지지 않을 것임을, 그들이 다시 일어설 때 그 옆에 우리가 있을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