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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수 일기 - 영국.아일랜드.일본 만취 기행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 작가와 공유할 수 있는 비행기 체험에 관해
작가들에게 여행은 필수불가결이라 생각한다. 작품 구상시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려면, 쳇바퀴 돌아가듯 똑같은 일상보다는 새롭고 탁 트인 낯선 풍경이 필요할테니까. 작가들이 새로운 여행지에서 맘껏 흡수해온 새로움은 작품을 통해 나타나고, 그것은 곧 독자들에게 스펀지처럼 흡수된다. 회사와 가정에 매여있는 보통의 독자들은, 그래서 작가의 눈으로나마 대리만족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다 리쿠는 사정이 다르다. 아직 해외여행 한 번 못해본 해외여행 처녀인 것. 그 이유는 '비행기 공포증' 때문이다. 내가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비행기 공포는 바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다. 다만 돈이 없어(ㅜ.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못갈뿐이지 비행기 타는것에 공포는 없는 나. 몇 해 전 캄보디아 여행을 떠났는데 상상했던 비행기의 1/3 크기의 외국 비행기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더랬다. '아,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비행기가 조그마하니 좌석도 좁을 수 밖에. 좁은 좌석에 몇 시간동안 구겨져있는 불쾌한 체험을 한 뒤 비행기는 꼭!!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 둘 중에 고르기로 했다.
∴ 대작가가 아닌 옆집 언니와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에 관해
어느 한 장르에 묶이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책꽂이 한 칸이 온다 리쿠 컬렉션으로 변해있을 정도다. 많은 작품에 비해, 작가의 에세이는 읽어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200% 만족했다. 비행기 타는 공포를 글쓰기와 맥주로 해결한 것이다. 역시, 그녀답다는 생각을 했다. 온 몸의 힘을 빼고 써내려간 글을 읽어가며 혼자 킥킥대기 일쑤였다. 무지하게 무서운 옆집 언니인줄 알고 말 한 번 못걸어봤는데, 알고봤더니 나랑 코드가 비슷했더라, 라는 느낌과 비슷할까?
∴ 작품의 소재를 어떻게 얻는가에 관해
SF나 미스터리물에 대한 소재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했더랬다. 작가만의 무한 상상력의 세상도 궁금했었고. 이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다소 풀렸다.
<앞으로 내가 쓸 이야기로 연결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고 어디서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 만, 마음에 드는 장소, 분위기 있는 장소를 만났을 때 그곳을 무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본다. 아니, 생각한다기보다 나 자신과 그 장소에 물어본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놀랄까. 무엇이 나타나면 이야기가 될까. 어떤 것이 있으면 아름답고, 그 뒤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를 자극할까. 그것은 어떤 이야기의 어떤 한 장면일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되도록 무심히 그곳에 선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작가는 끝없이 상상한다. 꼭 한 번 작품에 등장시켜 봐야지, 혹은 제목으로 써먹어봐야지라는 즐거운 상상-물론 작가의 즐거움은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 맥주사랑에 관해
하루 일과가 끝나고 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그 맛을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 아마 작가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낯선 나라에 가서도 펍을 찾아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그녀를 바라보며 날 보는 듯 했다. 언젠가 나도 독일 혹은 유럽의 생경한 지역의 펍에서 시원한 맥주를 쭉~ 들이켜보고 싶기 때문일거다.
앞으로 온다 리쿠가 보여줄 기묘한 세계가 기대된다. 맥주는 너무 좋아하지만 비행기는 공포에 떨 만큼 싫어하는 작가-흠, 내 생각엔 이 두가지를 가지고 소설을 써도 충분히 재미있는 무대가 만들어질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지.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