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통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고통'을 품고 있다. 그 고통을 어떻게 얻었는지 알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기쁨이나 슬픔은 쉽게 밖으로 표출하는 반면, 살면서 겪어왔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고통을 내보인다는 것은 곧, 내면의 약점을 내보이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은 깊숙한 내면 바닥에 묻어놓고 자신도 꺼내보지 않으려고 한다.

'속삭이는 자'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고통당한 아이들이다. 이유도 모른 채 납치당해서 왼쪽팔이 무참히 잘려나갔다. 팔이 잘려나간 고통과 엄청난 출혈에 죽어간 아이들-그리고 왼쪽팔만 묻힌 팔무덤이 발견된다. 사라진 아이들은 다섯이지만 발견된 팔은 여섯.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특별수사팀에 실종아동 수색 전문가 밀라가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밀라는 범인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고통안으로 한 발 한 발씩 걸어들어오게 된다.

악과 선
여섯번째로 발견된 팔의 주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확신을 한 수사팀은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은 연쇄살인범을 따라가야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범인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연쇄살인범 앨버트는 사람들의 고통을 끄집어내어 속삭인다. 악의 길로 접어들라고. 귓가에 나긋나긋 속삭이는 악마의 속삭임에 사람들은 고통속에 번민하던 자신을 놓아버리고 쾌락을 선택한다. 그 결과는....사라졌던 아이들의 시신 하나에 악마를 선택한 끔찍한 살인범들의 이력 하나씩이다.

밀라는 절규한다. " 악은 지나가는 길목마다 그 흔적을 남겨놓는 데 반해, 선은 오로지 누군가의 증언을 통해서만 듣게 된다고요." 하지만 니클라는 반박한다. " 선이라는 건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가는 법이다. 선은 아주 깨끗하거든. 악은 더러운데 반해....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바로 그 미소 속에 있어. 죽음에 맞서는 그들이 미소 속에."


속삭이는 자
연쇄살인범 앨버트의 흔적을 따라가며 악의 흔적을 따라가는 고통스러운 순간 속에서 밀라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밀라 역시 어렸을때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갇혀 모든 감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속삭이는 자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애써 부인하고, 멀리하려 해봐도 늘 선과 악의 갈림길에 서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고 보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법이지."

게블러 박사는 말한다. 친구 심지어 가족마저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알고 있는게 없는 법이다. 아마 그것은 살아오면서 감내해야했던 고통과 연결되어 있는것은 아닐런지. 속삭이는 자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면 결국 고통 속에 몸을 담그고 익사하는 것이리라. 게블러 박사는 결국 익사했고 밀라는 살아남았다.

범죄를 연구하는 범죄학자의 생생한 사건 현장 묘사와 더불어 속삭이는 자의 속삭임에 넘어간 수많은 범죄자들의 범죄를 지켜보며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단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수많은 범죄는 결국,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느냐 아니냐에 달린게 아닐까.
오늘밤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내 고통을 곱씹어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속삭이는 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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