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이 보일까 말까 하는 죽 한그릇.입속에 넣으면 사라질까 아쉬워 혀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최대한 맛을 음미 해야하는 빵 한조각.해도해도 끝이 없는 작업과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한모금 빨고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연기가 스며들어 취하게 만들지만, 그마저도 있을때나 가능한 타들어가는게 아쉬운 담배. 이 곳에서 빨리 줄어들지 않는 건 그들의 ‘형기‘ 뿐이다.자유가 없는 억압된 수용소 안에서 슈호프는 되려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생각들이 이어진다. 수용소 생활과 관련된 작업의 순서와 실행에 옮겼을때의 미리 맛보는 성취감과 식당으로 달려가 빨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든 것을 구상하느라 고향을 그리워 할 시간조차 없다.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오늘 날아갈듯이 가볍게 뛰었다. 작업장에서 몰래 주워 장갑에 숨겨 온 부러진 쇠줄칼토막이 신체검사 시 발각되지 않아서다. (신발을 수선하는 칼로 만들어 신발수선을 하면 수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긴 수용소 생활을 버텨내기에는 현재의 삶을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기대‘라는 것은 멀게만 느껴지는 ’자유‘보다는 당장에 뜨거운 양배춧국(맹물같은) 을 반원들과 같이 먹는 것, 그리고 작업이 없는 귀중한 일요일 (그마저도 마음편히 쉬는 것이 아니며, 늘 쉬는건 아니다)뿐이다. 고통의 순간에도 악행을 일삼는 무리들을 향한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사람으로 보일만큼 비극의 나날들을 살아냈다. 조금 더 따뜻한 양배춧국, 조금 더 많은 양의 빵 한 조각, 자신에게는 오지않는 소포를 받은 반원에게 얻은 소세지를 잘근잘근 씹으며 성애 낀 창문이 있는 냉한 방에서의 잠자리 들기 전 슈호프는 ’오늘은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 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운명속에서도 말이다.
인간의 운명을 이렇게 쉽게 바꿔 놓다니, 이렇게.... - P161
빵은 내일 몫으로 남겨 둘 필요가있다. 인간의 배라는 것이 배은망덕한 것이라서, 이전에 배불렀던 것은 금세 잊어버리고, 내일이면 또 시끄럽게 조를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 P194
"날씨가 좀 풀린 것 같아요." 슈호프가 어림짐작으로 말했다. "영하 18도는 될 것 같아요, 그 이하는 아니에요. 벽돌을 쌓기에는 좋은 날씨죠." - P95
우스치-이지마에 있을 때는 지금 이곳의 규칙과는 달리 편지를 보내고 싶으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도대체 편지에 무슨 말을 쓴단 말인가? - P54
수용소에 갇힌 자들의 관련 책들에서 공통적인 그들의 모습은 성에도 안 차는 이 빵 한 조각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나눠 먹을거냐는 거다. 자기전에 먹을까? 잠시 쉬는동안 먹을까? 일하다가 주머니 속에 손을 쓰윽~ 넣어보고 그 곳에 안전하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줄 그 빵 한 조각을 만약 먹는다면 어떻게 먹지? 녹여먹을까? 아니면 호사를 부리듯 한입에 털어 씹어 먹을까?(물론 씹어먹을 만큼 대단히 덩어리가 크지도 않다.) 대부분 그들에게는 이깟 빵 한조각이 아니니까. 내 살이 되어주고 뼈가 될 밑천이니까. 그만큼 소중하다. 원래 소중한 것들은 나에게서 떠나는 것이 아쉬워. 그래서 이별이란 너무 어려운가보다. 사람이든 빵 한조각이든.
밤새 내내, 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 P9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 시간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 P25
점심 때 먹을 요량으로 빵 한조각을 윗도리의 안주머니에 넣는다. 아침 식사분에서 절약을 한 빵한 조각을 어떻게 할까 그는 생각한다. 지금 여기서 먹어 버릴까? 하지만 곧 작업이 시작된다. 급하게 먹어 치우면 먹은 것 같지도 않은 법이다. - 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