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2 -이국종

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ㅣ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2권에서도 희망은 찾기 힘들었다. 답답함.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듯.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안위를 지키기에만 급급한지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보다보다 못해 밑줄친 부분. 응급환자를 구하기 위해 겨우 협조를 얻어 운용중인 헬기, 그 소음이 싫어서 협조(?) 공문을 받은 저자의 분노가 담겨있다.

'공문이 진정성을 가지고 소음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헬기장을 폐쇄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구청에서 그 책임을 지기는 싫었을 것이다. 구청은 이런 공문을 보내고 기관 차원에서 알아서 정리해주기를 바랐을 것이고, 보직자들은 이런 공문을 근거로 나를 압박했다. 공식 회의에서 제일 높은 보직자가 헬리콥터 소음 문제로 경고했을때 나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공식적으로 기관 차원에서 헬기장을 닫으시면 됩니다. 그러나 보직자들은 아무런 공식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 보직자라며 언급된 그분, 여전히 그자리를 지키고 계실텐데 이 부분을 보면 어떤 느낌이려나, 아니 읽어보긴 하시려나. 1권에서도 느꼈지만 정말 모든걸 내려놓고 쓴 절규가 담긴 책이었다. 직접 간접적으로 등장한 사람들 중 실명이 언급되지 않은 사람은 전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느꼈었는데 이제보니 아예 책 말미에 저자와 인연을 맺은 분들의 인물사전을 담아놓았다. 책에 등장한 사람들은 물론 등장하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여럿 보이던데 그런 분들은 여기도 없어보이더라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여러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지만 그중 세월호 사건을 다룬 부분을 보면서는 나를 또 한번 분노하게 만들었다. 시스템의 부재를 넘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일, 언제쯤이나 속시원하게 어린 영혼들의 원혼을 풀어줄 수 있을까. 더불어 안타까웠던 사실은 사소 발생 석달이 지나 강원도의 소방헬기가 현장을 지원하다가 추락, 다섯명의 대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이부분을 다룬 부분을 보면서도 또한번 복장이 터지더라는...

'세월호 침몰 후 석 달이 지난 시점에 벌어진 이 참상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항공 지원을 통해 생존자 구조와 수색이 가장 필요했던 시점은 사고 당일이었다. 그때 헬리콥터들의 사고 해역 영공 진입을 막었던 정부가 사고 발생 후 석 달이나 지난 시점에 강원도의 AS365와 소방 항공대원들을 전라도 앞바다까지 보낸 까닭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AS365는 대부분 육상에서의 구조 업무에 투입된다. 해상용 기체에 장착되는 플로트 장비가 있을리 만무했다. 언론에서는 대원들이 '자원'해서 수색에 나섰다고 했다. 자원이라.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다. 나는 그 말의 출처가 궁금했다. 그 단어를 곱씹으며 조직 구성원으로서 '자원'의 의미를 더듬었다. 윗선으로부터 내려오는 위험한 업무 투입 명령은 조직 안에서 때로 '자원'의 탈을 썼고,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조차 강요하는 것이었다. 제 몸에 폭탄을 달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일이 전쟁터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죽은 다섯 명의 대원들이 진정 자원해 나선 비행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추락 원인은 며칠이 지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냉수나 한사발 들이켜야 겠다.

골든 아워 1 -이국종

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ㅣ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몇번 방송을 통해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책으로 그분의 삶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 역시 읽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 부디 이 책이 많이 팔려서 교수님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 이 책에 실명으로 등장하지 않는 관계자들은 분명히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들도 누군지 알텐데 어떤식으로든 반성을 하던가 해명을 하던가 해야하지 않을까. 행여나 괜히 명예훼손이니 뭐니해서 꼬투리 잡지나 않을까 잠깐 걱정이 들기도 했으나 이내 접었는데 그랬다간 오히려 더 일을(?) 키우는 셈이 될테니까. 그나저나 현재 적을 두고 계신 학교 관계자들은 참 무슨 생각이 들지 더 궁금.

- 함께 일하시는 분들, 특히 일이 바빠 본인 수술을 미루는 동료, 치료를 못받아 쓰러지기까지 한 간호사 분들 참...

- 2권은 아직 읽기전이지만 조금씩 여건이 개선되어 가기는 하는건지 궁금.

- 서두에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를 보면서 글쓰기의 부담에 대해 언급된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담담하다기 보다는 행동이나 배경을 설명함에 있어 비장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 병원도, 심평원도, 관련 정부기관에서도 지원은 안하면서 없애지는 않고 나가기만을 바라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거나, 형평타령하면서 삭감하고 필수 약품도 인정안해주거나, 관계기관에서는 관료주의적 태도를 보이거나 협조요청 공문을 보는지 마는지 황당한 상황을 수도없이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만 해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최근 해군 명예중령이 되셨다고 하는 소식이 들리던데 그분께 한낱 명예가 중요한건 아니겠지만, 이런 진급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을, 개선을 백만천만배 더 원하시겠지만서도 마음깊이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하버드 비즈니스 독서법 -하토야마 레히토

하버드 비즈니스 독서법 - 세계 최고 엘리트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
하토야마 레히토 지음, 이자영 옮김 / 가나출판사 / 2018년 7월

시간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그랬다면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거고, 역시나 제목에 낚인 책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뭔가 기발한게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다시보니 표지에 일본어 원제로 보이는 문장이 쓰여있는데 일본어를 잘은 못하지만 대충 보니 원래는 세계의 엘리트들은 10권만 어쩌고 한다는(간직한다?) 제목인것 같다. 정말 창의적 제목을 달아놓았네. 그러고보니 소제목 중에 '당장의 문제에 딱 맞는 최강의 10권을 골라라'라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튼 책 다 읽을 필요도 없고, 목차는 매우 중요하며, 다시 안볼것 같은 책은 과감히 선물하던가 처분하고 지금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될것 같은 핵심도서만 남기라는 등의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었다. 분량도 150페이지 남짓이라 쓱 볼 수 있었던 책. 물론 저자도 언급했다시피 비즈니스 관점에서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의 생각은 어떠한가를 생각하면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말하면 잔소리긴 한데 물론 쉽지않은 일. 

그러고보니 소설을 보던 와중에 봐서 그런지모르겠으나 소설책에서도 배울점이 있다며 일반적인 비즈니스 서적과는 달리 감성을 건드리는 결정적 대사를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던 부분이었다. 하긴 그러고보면 감성과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는 시기이기에 그렇게 볼수도 있겠다 싶더라는.

28 -정유정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지난번에 같은 작가의 소설을 다소 불편하면서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갑자기 제목이 생각안나네. 뭐였더라. 한참 후에 장동건이 장발로 나오는 영화로도 나왔는데, 보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그때 기억을 가지고 활자와 잠시 멀어졌다가 소설로 다시 시작해볼까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좋은 쪽으로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어째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전개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까지 드는데 아마 이게 도대체 사람인가 싶은 사이코가 그때도 지금도 등장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서글픈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사이코, 동해와 비슷한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 진짜로 있다는, 아니 그 전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뉴스를 통해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제목이 왜 28이었더라. 전염병이 발생하고난 28일간의 이야기였나? 얼핏 소설안에서의 시간흐름이 그랬던것 같긴하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위해 고립된 공간안에서 발생하는 각기 다른 인간관계 속에서의 여러 인간군상들을 보고 있자니 때로는 애틋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 등 줄거리에 푹빠져서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런게 바로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 책 뒤에 실린 저자 후기를 보니 책에 등장하는 여러 분야에 대해 인터뷰 등을 통해 도움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소설을 쓸 당시의 저자 인지도는 잘 모르겠으나 사실성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위해 관련 전문가를 소개받는 것도 녹록치 않겠다 싶더라는.

수의사로 살고 있는 주인공과 어쩌다보니 꼬인 인연으로 얽힌 기자, 그리고 성실한 한 119 구조대원, 그리고 의사아버지 밑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란 동해라는 이름을 가진 사이코의 인생을 담은 소설.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ㅣ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예일대 강의로 진행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엮어낸 책이다. 출간연도를 보니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정의란 무엇인가 보다 국내 출시는 빠른것 같은데 현지에서는, 실제 강의는 언제 어떤 것이 먼저 개설되었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적지 않은 분량으로 죽음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고 있는데 서두에 밝히고 있듯이 종교적인 입장을 다루지 않았고 영혼의 존재 유무에 따른 양쪽의 관점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그친것이 아니라 특정 입장에서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책이었다. 그냥 아무나 붙잡고 영혼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에 누구든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답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근거를 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조금 더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고 싶다면, 혹은 상대의 답변에 대해 가설사고실험을 던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것 같다. 이 책에 나온 한가지 예만 들자면 좌뇌를 이식받은 사람과 우뇌를 이식받은 사람이 둘다 살아있다면 누가 원래 뇌의 주인인가 같은. 이거 말고도 임사체험이라는 말이 논리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접근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신선했고(어쨌건 결국 죽지 않았으니) 중간에는 살짝 지루할뻔도 하였으나 뒷부분에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다루며 다시 집중하게 만들었던, 죽음을 논하기에 앞서 삶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보면서 최근 접했던 인공지능, 시간에 관련한 영화, 드라마들이 수도없이 생각나기도 했고. 

-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제 이 책을 덮고 나거든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나아가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본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