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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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
일년 전쯤, 세종문화회관에서 하이타니 겐지로 강연회가 열렸다. 사실 이름만 들어 봤지, 변변히 그의 작품 하나 읽은 적이 없었는데, 아는 사람에게 이끌려 강연을 들었다.
그는 어렸을 때 무척 가난했다고 한다. 동생인가 형과 함께 남의 감자를 훔치려 했다가 잡히기도 했다. 그 때 그의 수치스러운 마음을 감싸주고 적으나마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한 선생님, 그는 아직도 그 선생님 이야기를 하면서 울었다.
겐지로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현재 일본의 교육이 어떻게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 조목조목 비난하고, 한국의 교육도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이란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고. 그 아이의 마음속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다들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인데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적은 이야기들.
그는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다가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된 한 소녀가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왔다면서 그 자리에서 그 편지를 읽었다. 그는 말했다. 교육은 둘째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이 소녀의 이야기를 단 한번이라도 찬찬히 들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에 경악한다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이 작품은 그런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말없고 공격적인 데쓰조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선생님과, 그 선생님의 노력을 뚱한 얼굴 뒤에서도 속으로 반기는 데쓰조. 데쓰조는 비뚤배뚤한 글씨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쓰고(읽은 지가 꽤 되어 확실치 않다.) 선생님은 너무나 기뻐 울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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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기 전에 꼭 한 번 - 저학년 베틀북 창작동화 4
이상교 지음, 이형진 그림 / 베틀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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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기 전에 꼭 한번... 무얼 꼭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말일까? 표지에 보니 자전거 그림자 위에 어른과 아이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쪼그려 앉아 있다. 아 자전거를 타고 싶은 것일까?

처음엔 한 아이가 나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두 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까지 등장인물이 첫 번째 이야기의 아이들과 같다고 착각했다! 어쨌든 하나 하나 다 감동이 뭉클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중 역시 ‘더 크기 전에 꼭 한번’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밤, 아마 밤 10시쯤 되었을 것 같다. 당시 내게는 9시만 넘으면 한밤중이라는 생각이 아주 강했으니까 말이다. 연탄불 때는 단칸방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자고 있는데, 부시럭대면서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온 듯했다. 보통은 그냥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주무시던가, 티비를 켜시는데, 그 날은 갑자기 불을 켜셨다. 형광등이 깜빡깜빡, 깜 빡. 아빠는 즐거워 입가가 벌어지는 걸 어찌 못하면서 우리들 자고 있는 이불 위로 뭔가를 쏟아 놓으셨다. 책이었다. 아마 수만 권은 되는 것 같았다. 판형이 작은 문고본 동화책들이었다.

아빠는 집 짓는 일을 하셨는데, 일터 옆에 누군가가 버리려고 내 놓은 동화책들을 가져오신 거였다. 우리는 그 책들을 그대로 껴안고 잤다. 방이 너무 좁아 당장 둘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우리 자매는 그 책을 닳도록 읽었다. 지금은 그 책들이 없으니, 우리집도 어느 날 그 책들을 버린 것 같다. 나도 볼 수만 있다면 더 크기 전에(ㅋㅋ 시집가기 전에) 꼭 한번 그 책들을 보고 싶다. 어릴 적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때의 추억이 어린 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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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랑, 산유화로 지다 - 향랑 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 가족사
정창권 지음 / 풀빛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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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랑, 산유화로 지다 정창권 님의 저서는 요거 하나밖에 안 읽었다. 과거 조명되지 않았던 일반 서민의 삶을 그리면서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런 경향은 요즘 드라마에서도 있는데, 아마도 옛 사람들의 사람살이나 오늘날이나 살아가는 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인 것같다. 역사를 왕조중심, 사건 중심으로만 다룬다면, 자신이 최고부유층이나 미디어의 중심에 놓인 거물이 아닌 이상 어찌 100% 공감할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이 책은 저자가 책의 서술자로 등장하면서 향량이 자살하게 된 계기를 각종 문헌을 들어 역추정하고 있다. 중간중간 향량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들어간 것도 읽기에 즐겁다.

이 책은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분분하다. 오죽하면 이혼을 했겠는가. 오히려 한번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을 사회는 왜 또 한번 상처를 주는 것일까? 특히 이혼한 여성에게 더 그렇다. 이혼한 여성은 이혼했다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떳떳치 못하게 되고, 그 여성이 재혼을 할 때는 더 큰 장벽에 부딪혀야 한다. 그리고 재혼해서 전처의 아이들을 키우는 새어머니들은 왜 모두 악마로 묘사되는가? 물론 아이의 입장에서는 새어머니가 자기 엄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새어머니가 하는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겠다. 아이들이 울면 아이 아버지는 계모라서 내 아이에게 막 대하나보다 하겠다. 하지만 사회는 왜 그렇게 한결같이 한쪽 편만 드는 것일까. 계모의 편에서는 오히려 남의 자식이기에 키우기 힘든 점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요즘 경제력을 지닌 여성들은 향량처럼 오갈 데가 없어서 자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 외로운 마음을 어디 하나 의탁할 데가 없다면 어떨까?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정에서도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아이들도 이혼한 엄마를 원망하며 떠나가고,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도 없다면? 여성에 대한 사회의 갖가지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고, 미래도 그리 낙관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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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돌 던지는 아이 중앙창작동화 1
고정욱 지음, 박지훈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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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주 표지에 돌 던지는 자세까지 취해 놓앗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잇겠는가? 하지만 노란 띠 위에 쓰여진 글을 보고 이 책이 장애인을 다룬 책임을 알았다. 그런데 왜 이 아이는 아빠에게 돌을 던졌을까?

찬찬히 글을 훑어 읽어 내려가니, 시골 마을 사람들이 장애인을 배척하는 걸 보고 상을 찌뿌린다. 시골 사람들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한없이 푸근하고 인심좋다고만 여긴 시골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오랫동안 자기들끼리, 자신들 성씨끼리만 살아온 마을은 그만큼 외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래 그건 그렇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전혀 다를 것 없는 청각장애인을 이토록 모질게 대하나 싶다. 어쨌든 주인공아이는 논에서 아빠가 일할 때 직접 논에 들어가서 불러오기가 귀찮다. 논에 가는 것 자체도 귀찮거니와, 들어갔다 나오면 흙이 옷에 묻어 더러워진다는 사실. 그래서 아빠 근처에 돌을 던져 아빠에게 인기척을 주려 했던 것인데 이것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된다. 천하의 불효자가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장애가족을 몰아내려 하지만 근본은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이라, 선생님 한 분이 나서서 중재를 하자 곧 마음이 풀어진다. 게다가 이 아이는 아빠가 돌에 맞지 않도록 돌 던지는 연습을 하다가 야구실력이 좋아진다. ㅋㅋ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닐지..어쨋든 왕년에 야구선수였던 마을 할아버지의 마음을 눈녹듯 풀어드려 문제가 해결된다.

서점에 서서 대강 훑어 일다가 이 책을 사왔다. 요즘은 수능부정이다 뭐다 하며 작은 양심도 지킬 의지도 없는 아이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 자신과 다른 '장애인'의 사회에 들어가 스스로 살아나가려하는 장애인가족의 삶을 읽으며, 자신과 다른 사람도 이처럼 열심으로 산다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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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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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을 샀다. '클로디아'라는 이름과 '비밀'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렸다. 물론 뉴베리상 수상작이라 믿고 산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클로디아는 평범한 미국 가정집의 맏딸이다. 말하자면 정말 평범하게 살기 때문에 클로디아는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동생 중 가장 돈을 많이 모은 '제이미'와 함께 가출을 한다. 이 이야기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요소는, 이들이 '미술관'으로 가출을 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미술관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잘도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관에 '천사상'이라는 조각상이 들어오는데...이 조각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냐 아니냐를 놓고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이에 클로디아는 커다란 호기심을 느낀다. 클로디아는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임을 밝혀내고 싶었다. 그 천사상을 225달러에 판 부자 할머니는 이 천사상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함께 할머니에게 가 할머니의 비밀을 캐내려고 하는데.....

이 작품은 큰 스케일의 빈틈없는 플롯으로 짜여진 추리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할머니의 비밀을 알아 내는 방법과 상큼한 반전은 독자의 마음을 가볍게 흥분시키는 면이 있다. 이 소설의 핵심이자 내 마음을 크게 찌른 구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내게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클로디아에게는 자신들이 가출장소를 '메트'로 정해 그 곳에서 일주일 간 생활했다는 '비밀'이 있다. 클로디아가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이 모두 궁금해하더라도 그것은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비밀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할머니에게는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임을 증거하는 증거물이 있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궁금해 하는 비밀이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결코 말하지 않는다.

비밀이란 참 매력적인 것이다. 나에게 비밀이 있었던가 싶다. 그냥 뭣좀 비밀스럽다 싶으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대니까 말이다. 이처럼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이 간직한 '비밀'이란 그 삶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그 비밀을 지켜가면서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도 함께 지켜나가는 훈련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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