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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기 전에 꼭 한 번 - 저학년 ㅣ 베틀북 창작동화 4
이상교 지음, 이형진 그림 / 베틀북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더 크기 전에 꼭 한번... 무얼 꼭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말일까? 표지에 보니 자전거 그림자 위에 어른과 아이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쪼그려 앉아 있다. 아 자전거를 타고 싶은 것일까?
처음엔 한 아이가 나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두 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까지 등장인물이 첫 번째 이야기의 아이들과 같다고 착각했다! 어쨌든 하나 하나 다 감동이 뭉클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중 역시 ‘더 크기 전에 꼭 한번’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밤, 아마 밤 10시쯤 되었을 것 같다. 당시 내게는 9시만 넘으면 한밤중이라는 생각이 아주 강했으니까 말이다. 연탄불 때는 단칸방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자고 있는데, 부시럭대면서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온 듯했다. 보통은 그냥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주무시던가, 티비를 켜시는데, 그 날은 갑자기 불을 켜셨다. 형광등이 깜빡깜빡, 깜 빡. 아빠는 즐거워 입가가 벌어지는 걸 어찌 못하면서 우리들 자고 있는 이불 위로 뭔가를 쏟아 놓으셨다. 책이었다. 아마 수만 권은 되는 것 같았다. 판형이 작은 문고본 동화책들이었다.
아빠는 집 짓는 일을 하셨는데, 일터 옆에 누군가가 버리려고 내 놓은 동화책들을 가져오신 거였다. 우리는 그 책들을 그대로 껴안고 잤다. 방이 너무 좁아 당장 둘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우리 자매는 그 책을 닳도록 읽었다. 지금은 그 책들이 없으니, 우리집도 어느 날 그 책들을 버린 것 같다. 나도 볼 수만 있다면 더 크기 전에(ㅋㅋ 시집가기 전에) 꼭 한번 그 책들을 보고 싶다. 어릴 적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때의 추억이 어린 책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