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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ㅣ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클로디아의 비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을 샀다. '클로디아'라는 이름과 '비밀'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렸다. 물론 뉴베리상 수상작이라 믿고 산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클로디아는 평범한 미국 가정집의 맏딸이다. 말하자면 정말 평범하게 살기 때문에 클로디아는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동생 중 가장 돈을 많이 모은 '제이미'와 함께 가출을 한다. 이 이야기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요소는, 이들이 '미술관'으로 가출을 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미술관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잘도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관에 '천사상'이라는 조각상이 들어오는데...이 조각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냐 아니냐를 놓고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이에 클로디아는 커다란 호기심을 느낀다. 클로디아는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임을 밝혀내고 싶었다. 그 천사상을 225달러에 판 부자 할머니는 이 천사상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함께 할머니에게 가 할머니의 비밀을 캐내려고 하는데.....
이 작품은 큰 스케일의 빈틈없는 플롯으로 짜여진 추리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할머니의 비밀을 알아 내는 방법과 상큼한 반전은 독자의 마음을 가볍게 흥분시키는 면이 있다. 이 소설의 핵심이자 내 마음을 크게 찌른 구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내게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클로디아에게는 자신들이 가출장소를 '메트'로 정해 그 곳에서 일주일 간 생활했다는 '비밀'이 있다. 클로디아가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이 모두 궁금해하더라도 그것은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비밀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할머니에게는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임을 증거하는 증거물이 있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궁금해 하는 비밀이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결코 말하지 않는다.
비밀이란 참 매력적인 것이다. 나에게 비밀이 있었던가 싶다. 그냥 뭣좀 비밀스럽다 싶으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대니까 말이다. 이처럼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이 간직한 '비밀'이란 그 삶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그 비밀을 지켜가면서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도 함께 지켜나가는 훈련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