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 동물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와 동물들의 경이로운 교감의 기록
사이 몽고메리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이보미 옮김 / 더숲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
난 어렸을 때 우리 동네 윗 삼거리로 가는게 두려웠다. 골목길엔 거의 모든 집이 개를 키웠는데 마당이나 길에도 개를 풀어두었고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큰 소리로 짖었기 때문이다. 그땐 그 개들도 두려웠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
.
그 후 평생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지만 아이가 여섯살이 되니 뭘 키우고 싶단 얘기를 자주 한다. 미안하지만 아직은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다. 선인장도 죽인 엄마란다 얘기할 수는 없으니. 그래도 책이 있어 상상을 해본다. 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이렇구나.
.
.
동물생태학자 사이몽고메리 는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동물과 함께 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은 그가 만났던 동물 중 10 마리의 만남과 배운 점을 기록했다.
.
.
단순히 동물이야기만 묘사하면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어렸을 때 이야기 부터 부모와 불화 결혼 이야기가 엮어 그의 삶이 마음에 와닿았다.
.
.
문어의영혼 에도 나왔던 옥타비아 이야기도 반가웠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에뮤, 캥거루 얘기도 재밌었다. 참. 귀요미 돼지 크리스토퍼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감동받았던 건 저자는 항상 몸이 불편하거나 힘든 동물들을 데려와 돌보았단 점이다. 그리고 그 동물에게 자신이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좋은 생명체로 살아가는 법을.
.
.
책을 읽으며 저자가 겸손했고 모든 생명체를 사랑했기에 그만큼 돌려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에 비할 건 아니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며 배우고 또 성장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
.
날이 갈수록 현실은 각박하다. 일터나 육아 등 힘든 일에서 벗어날 때 이 책 한 권 들고 여행지에서 읽기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느꼈던 충만한 사랑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남자의 책 198쪽 을 읽고 반해 작가님 책을 쭉 구매하고 읽어왔다. 그러고 보니 읽은지도 16년 정도 됐다. 세번째 장편소설인 이 책에서도 작가만의 이야기는 여전하다. 소설은 대부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윤성희 작가는 쉬운 길을 두고 일부러 돌아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번에 와닿지 않고 어렵게 느껴질수 있지만 다 읽고 나면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큰 그림이 그려지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 ⠀⠀⠀⠀⠀⠀⠀⠀⠀⠀⠀⠀⠀⠀⠀⠀
공유하는 몇 문장만으로 이 책의 매력을 알 수 없다. 소설,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아역배우 출신 남성의 토크쇼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수많은 물줄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단어 문장의 반복이 어떻게 변주되고 리듬과 주제를 만드는지. 읽어야 알 수 있다. ⠀⠀⠀⠀⠀⠀⠀⠀⠀⠀⠀⠀⠀⠀⠀⠀ ⠀⠀⠀⠀⠀⠀⠀⠀⠀⠀⠀⠀⠀⠀⠀⠀
작가님 말대로 사람은 얼마나 많은 슬픔을 지니고 살 수 있는지. 대답하기 힘들지만 새벽녘 이 책을 덮으며 위로를 받았고 그 위로가 작가님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라 생각한다. 더 더 많이 읽히고 알려지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이 먹으며 새로운 작가를 만날 일이 줄었다. 아이 키우며 집안일을 미뤄두고 책을 읽어도 좋아하는 책만 읽기도 힘들어서다. 좋은 기회로 김초엽 작가를 알게 됐다. 기대 이상이었다. 진짜 너무 좋았다. 어쩜 이런 이야기를 문장을 썼을까 감탄하고 감동 받았다. 단편집 모든 단편이 골고루 완성도 좋기 어려운데 이 책은 꼭 우주에서 저마다 빛을 내는 별처럼 반짝인다. ⠀⠀⠀⠀⠀⠀⠀⠀⠀⠀⠀⠀⠀⠀⠀⠀ ⠀⠀⠀⠀⠀⠀⠀⠀⠀⠀⠀⠀⠀⠀⠀⠀
단순히 기발한 이야기라 좋았던 게 아니다. SF 장르이자 훌륭한 문학작품이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배경, 주제, 소재 인물 모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디테일이 살아있고 생동감있다. 그리고 메시지를 드러나게 말하지 않아도 곱씹을수록 알고 느낄수 있게 만든다. ⠀⠀⠀⠀⠀⠀⠀⠀⠀⠀⠀⠀⠀⠀⠀⠀ ⠀⠀⠀⠀⠀⠀⠀⠀⠀⠀⠀⠀⠀⠀⠀⠀
이런 문장이 좋고 이런 얘기가 좋다는 건 아주 길게 얘기할 수 있지만 독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SF를 안 좋아하는 분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 ⠀⠀⠀⠀⠀⠀⠀⠀⠀⠀⠀⠀⠀⠀⠀⠀
사람 관계와 이별. 내 어린시절과 지금 키우고있는 아이. 어머니와 딸. 말하기 힘들고 영원히 규정할 수없는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었다. 작가님의 차기작이 벌써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출간하고 입소문을 타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유명하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과학자이자 생태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쓴 장편소설이라니. 소개만 들어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될 수 없다. 크게 로맨스 소설이자 성장소설, 추리소설 등이 생각나지만 마지막에는 법정 소설로 마무리 된다. 여러 장르가 뒤섞인 이 이야기를 작가는 유려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과거의 현재를 오가면서, 주인공 카야의 성장과정과 그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50, 60년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미국에 남아있는 인종 차별과 습지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남녀 차별 등의 사회문제도 보여진다. 그것을 따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 부터 버림받은 카야의 인생을 통해 가슴에 와닿게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카야의 캐릭터다. 영화화가 결정됐다는 게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카야의 캐릭터가 좋았다. 그래서 그가 사랑의 아픔을 겪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시대와 나이를 감안하다더라도 왜 꼭 똑똑한 여자도 남자에게 이용당해야만 하는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야가 사는 습지에 대한 묘사에 감탄했다. 생태학자로서 저력이 발휘된 수많은 생물에 대한 묘사와 표현이 너무 좋았다.

제목이기도 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란 표현의 유래를 얘기한 문장이 그 예이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연대이다. 자신도 어려워도 카야를 끝까지 도와준 점핑 부부의 인간애, 그 사랑에 감동 받았다. 그들이 있어 카야가 어려운 일도 극복하고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기대없이 잡았던 책을 새벽녁까지 다 읽어 버렸다. 이만큼 흡입력있는 소설도 오랜만이었고, 작가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더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작가를 생각해도 큰 용기를 얻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 - 가지이 모토지로 단편선 북노마드 일본단편선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레몬
#가지이모토지로
#북노마드 ⠀⠀⠀⠀⠀⠀⠀⠀⠀⠀⠀⠀⠀⠀⠀⠀ ⠀⠀⠀⠀⠀⠀⠀⠀⠀⠀⠀⠀⠀⠀⠀⠀
1932년 서른 두살의나이로 떠난 가지이모토지로 단편선이다. 읽으며 #나쓰메소세키 가 생각났는데 작품 해설을보니 역시 작가가 좋아했다고. 제목과 문체도 좋고. 하나에 집중해서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폐병으로 투병 중에 내내 소설을 써서 아픈 얘기. 작품 전반에 어둠이 깔려있는데 그게 또 매력적이다. 개구리 울음소리 묘사나 자신의 투병기로 보이는 단편에서도 우울하지만 결국 환자도 목적지까지 같이 가는거라는 강단도보인다. ⠀⠀⠀⠀⠀⠀⠀⠀⠀⠀⠀⠀⠀⠀⠀⠀ ⠀⠀⠀⠀⠀⠀⠀⠀⠀⠀⠀⠀⠀⠀⠀⠀
번역서인데도 문장을 읽는 맛이 좋아서 읽는 내내 행복했고. 요절해서 아쉬웠고 그래도 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