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출간하고 입소문을 타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유명하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과학자이자 생태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쓴 장편소설이라니. 소개만 들어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될 수 없다. 크게 로맨스 소설이자 성장소설, 추리소설 등이 생각나지만 마지막에는 법정 소설로 마무리 된다. 여러 장르가 뒤섞인 이 이야기를 작가는 유려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과거의 현재를 오가면서, 주인공 카야의 성장과정과 그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50, 60년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미국에 남아있는 인종 차별과 습지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남녀 차별 등의 사회문제도 보여진다. 그것을 따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 부터 버림받은 카야의 인생을 통해 가슴에 와닿게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카야의 캐릭터다. 영화화가 결정됐다는 게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카야의 캐릭터가 좋았다. 그래서 그가 사랑의 아픔을 겪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시대와 나이를 감안하다더라도 왜 꼭 똑똑한 여자도 남자에게 이용당해야만 하는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야가 사는 습지에 대한 묘사에 감탄했다. 생태학자로서 저력이 발휘된 수많은 생물에 대한 묘사와 표현이 너무 좋았다. 제목이기도 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란 표현의 유래를 얘기한 문장이 그 예이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연대이다. 자신도 어려워도 카야를 끝까지 도와준 점핑 부부의 인간애, 그 사랑에 감동 받았다. 그들이 있어 카야가 어려운 일도 극복하고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기대없이 잡았던 책을 새벽녁까지 다 읽어 버렸다. 이만큼 흡입력있는 소설도 오랜만이었고, 작가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더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작가를 생각해도 큰 용기를 얻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