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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 가르치며 배우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2년 12월
평점 :
‘평등한 교실’이 가능할까? 책 소개를 읽고 알고 싶다며 서평단을 신청하면서도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추천사에도 나오지만 나도 잘못하면 맞아야 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당연히 편애하던 교실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은 체벌도 안되고 선생의 권위를 지키기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시대이다.
이 세상 모든게 안 좋아지는 거 같은 절망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의문은 놀람과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실천하는 저자들이 자신이 어떻게 실천했는지 경험담을 기록해서 하나로 묶었다.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란 서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나와있다.
‘내가 이해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는 어떤 거대하고 확고한 이론이 존재하는 학문 분야라기 보다는,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어떻게 잘 가르쳐볼지를 끝없이 고민하는
연구자.교육자 페미니스트들의 이론적 연구와 교육적 실천의 집합체였다.’ P.6
이들은 처음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에 관련된 논문과 글,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다가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고 실천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실과 음악교실, 대학생 수업, 일본 대학생 이야기까지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들려준 여덟 명의 목소리는 어느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 소중하고 와 닿았다.
아무래도 초등 자녀를 키우다 보니, 초등학교 이야기에 먼저 반응하게 된다.
저자들이 다 담을 순 없었겠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는 예상했음에도 놀라고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어른들의 잘못이지만, 가부장제와 남녀를 편 가르는 이야기에 물들어 있었고, 다문화라 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선생인 저자들의 고민은 깊었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되도록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게임 규칙을 바꾸고 익명으로 이야기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본다.
짱구를 통해 돌봄 노동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고, 음악 수업에서 노래 가사를 분석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분석한다.
대학 강의에선 초반에 부정적이고 무시하는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참여하기 위해 세세하게 방침을 세우고 노력하는 모습 등. 평등한 교실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지만
또 가능하다는 배운 시간이었다.
교육 종사자 분들에게도 추천하지만 양육자들. 되도록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난 아직 이런 연대를 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을 찾지 못했는데 이분들은 그걸 찾았고 또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리고 힌트를 얻기도 했다. 양육자이면서 사회에 관심 많고 공부하는 분들과 함께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 희망을 선물해준 책을 기획한 페페연구소 분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