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작별
김화진 외 지음 / 책깃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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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작별’은 여섯 작가의 단편을 모은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단순히 사람 사이의 작별만이 아닌 여러 상황의 작별을 다룬다. 

모든 단편이 다 2022년 창비 청소년 소설 앤솔로지로 발표됐던 작품이라,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인간 관계나, AI를 소재로한 작품도 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단편은 조우리 작가의 ‘에버 어게인’이다. 

동화, 청소년 소설을 쓰는 조우리 작가님 (‘이어달리기’ 조우리 작가님과는 동명이인 입니다) 을 좋아해서 계속 따라 읽었는데 이 단편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어 반가웠고, 단편 읽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항상 물러서지 않고 어려운 소재도 용감히 쓰는 작가님 다운 소설이었다. 


사고로 아이를 떠나 보낸 엄마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아이를 VR로 만나는 이야기다. 

소개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작가가 보여준 장면은 나도 주먹을 쥐게 만드는 결말이었다. 올해 인상적으로 본 영화 ‘3학년 2학기’와 이전에 마음 아프게 본 ‘다음 소희’도 생각나는 단편이었다. 


뒷날개에 작가들의 말이 같이 실려있다. 책을 다 읽고 그 말들을 곱씹었다.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주변도 넓게 보고 사회를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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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의 눈 오는 날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1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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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연말이 되면 들뜨기 보단 싱숭생숭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요즘 가족 돌봄과 내 몸도 좋지 않아, 지쳐서 따뜻한 책이 그리웠는데 지금 내 맘을 위로하는 그림책을 만났다. 


“아모스 할아버지의 눈 오는 날”은 칼데콧상을 수상한 아모스 할아버지의 아픈 날 이어서 나온 시리즈다. 

아모스 할아버지 시리즈는 워낙 유명해서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책을 접한 건 처음이다. 

표지부터 따뜻해 보이는 그림책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웃음이 나고 책을 읽고 나면 안아주고 싶을만큼 따뜻한 책이다. 


아모스 할아버지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해서 손꼽아 기다린다. 

동물 친구들에게 직접 준비한 세심한 선물도 나눠주고, 눈 오길 기다리지만 야속하게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 

실망하고 돌아선 때, 기다리던 눈이 내린다. 

동물 친구들과 함께 눈을 즐기는 할아버지의 모습. 

마지막 장면까지 꼭 난로불 앞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겨울을 즐기는 그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얘기도 나눠야겠다. 

내가 느낀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올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을 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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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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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집 세 번째 책이 나왔다. 

아티초크 출판사에서 내주신 덕분에 이렇게 좋은 문장가가 있었다니 알게 된 것도 좋은데

운 좋게 서평단으로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먼 길을 오가며 읽었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병원과 친정을 오갔다. 

왕복 네 시간 걸리는 길을 몇 번씩 오가며 이 책의 문장에 집중했다. 

사실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그냥 책을 붙잡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정제되고 좋은 때로는 나를 깨우치는 문장이 좋았다. 


8편의 에세이 중 아무래도 마음에 가장 남은 에세이는 마지막 ‘병상의 풍경’이다.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작가가 병상에서 본 풍경, 생각 등을 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뼈에 새기는 듯한 정확하고 아픈 문장에 슬프면서도 그래서 내가 책을 읽지 확인한 시간이었다. 

왜 우리가 아플 때도 책을 찾아 그 속의 세계에 빠지는지. 이 에세이를 읽으면 절절이 느낄 수 있다. 


“독서는 열정을 누그러뜨리고, 세속적 추구에서 벗어나게 하며, 지난날의 정직하고 열광적인 감정을 되살리는 통로다.” p.201


1830년에 떠난 작가가 20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 위로를 전해주다니. 

작가에게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에세이가 나오면 좋겠다. 

이 책이 마지막이지 않길.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나에게 위로가 되어 준 이 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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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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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현대문학 미래엔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를 읽었다. 

바쁘면 챙기기 힘들지만 청소년 소설 신작은 살펴보고 기회되면 읽어보려고 한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초등 고학년이 된 아이에게 추천이라도 한 번 더 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는 소설 쓰는 걸 좋아하는 미리내가 어머니가 신청한 이벤트에 당첨이 돼서 온 로봇 아미쿠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집안일 로봇이라는데 아미쿠는 매일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미리내는 아미쿠를 훈련시키는게 힘들다. 로봇을 교환 신청하려는데 미리내가 소설을 쓴다는 걸 알고 아미쿠는 몇 가지 조언을 하고 그 조언으로 미리내가 연재한 소설은 이전보다 조회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이 소설이 로봇이 쓴 소설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자 미리내는 괴로워 하는데… 


나도 어렸을 때는 소설을 쓰고 싶었고 중학생 때는 공책에 그 시절 로맨스 소설을 흉내낸 글을 끄적였던 기억이 있어,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흥미로웠다. 누구나 쓰다보면 막히기도 하고 도움을 청하고 싶을 때도 있기에 아미쿠는 참 매력적인 로봇이다. 하지만 내가 쓴 걸 로봇이 다 썼다고 의심을 받으면 속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리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다. 


아미쿠는 나름의 모험을 하는데, 소설 후반부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면서 재밌었다. 로봇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개성이 있는 것처럼 로봇도 개성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미쿠라는 로봇 캐릭터가 새로웠고 둘의 우정은 마지막 소중한 나들이에서 빛이 난다. 너는 그대로도 괜찮아 라는 말이 얼마나 위안이되고 소중한지. 삶, 무한 영원을 이야기하는 둘의 대화는 철학적이다. 꼭 정답을 주지 않더라도 이렇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열어주는 이 둘의 이야기를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고 나누고 힘든 세상에 작은 빛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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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정재은 지음 / 플레인아카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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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세 번 봤다. 개봉 전, 개봉하고 나서, DVD가 나온 뒤. 모두 GV가 있던 상영으로 기억한다. 볼 때마다 울컥했던 영화. 정재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유독 마음에 남았다. 건축도 이 영화를 보기 전 정기용 건축가를 잘 알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세상 떠나기 전까지 무언가에 몰두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특히 할머니들 사이에 앉아있는 건축가의 어색하면서도 인상적인 엔딩장면도, 자기 뜻대로 안돼서 힘들어하는 모습도 마음에 남았다. 


모든 게 점점 빨리 변한다. 몇 달 전 유행하던 것도 금세 사라지고 다른 걸로 대체되는 요즘, 10년이 훌쩍 지나 말하는 건축가에 대한 책이 나온다니 소식만 듣고도 너무 기뻤다. 나오자마자 책을 구입했고 며칠 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알라딘 빌딩에서 있었던 북토크도 다녀왔다. 그때 없었던 아이가 열두살이 된 만큼 시간이 흐른 뒤, 감독님과 만남은 뜻깊었고 역시 변함없이 영화, 책을 사랑하는 분이셨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은 다큐 ‘말하는 건축가’의 비하인드 책이자, 영화에 담지 못한 정기용 건축가의 말과 이야기, 정재은 감독의 다큐 만들기, 다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작고 하얀 책에 담겨있다니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은 표지의 네모난 창문처럼 독자를 초대한다. 작가가 원한대로 이미지 한 장도 들어가지 않은 책은 십 몇 년 전 독자가 영화를 보던 때로 돌아가게 만든다. 


흔히 보던 이미지와 설명 글로만 되어 있으면 아쉬웠을 거다. 이 책으로 비로소 영화가 완성됐다는 느낌도 받았다. 영화만큼 글도 잘 쓰시는 구나. 영화를 찍으며 고민했던 시간, 마음이 오롯이 담겨 전해졌다. 감독은 정기용 건축가를 추켜세우지만 않는다. 영화도 그랬지만 이 책도 그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책 제목대로 초상화를 같이 만들어 나가기에 완벽하게 그릴 수 없을 수 도 있고,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어서 정기용 건축가를 제대로 알린 게 맞나 라는 부채감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런 망설임과 고민도 진솔히 전하는 책이 좋다. 


어떤 일에도 정답은 없다.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영화와 책을 싫어한다. 이렇게 하는게 맞을까. 카메라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감독과 나를 따라다니는 거울이냐고 해도 자기 얘기를 서슴치 않고 전해주는 한 건축가가 있어서 영화가 완성됐고, 이 책도 나왔구나 싶어 감동받았다. 


북토크 다녀오고 서평단 신청해서 책이 한 권 더 생겼다. 영화와 다큐를 사랑하는 지인에게 전하려 한다. 꼭 ‘말하는 건축가’를 보지 않았더라도 다큐와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일에 매진하는 어른이 궁금하다면 모두 이 책을 추천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같이 보고 책도 묶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감독님 새 작품도 흥미가 생겼다는 책 쓰기도 무엇이든 계속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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