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서평 구미호 식당은 일단 죽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미 죽은 인물인 도영(10대 소년) 민석(40대 남자)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중간계에서 서호라는(구미호 같은) 존재를 만납니다. 서호는 한 모금의 따뜻한 피를 주면 49일 동안 이승에 머무르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도영과 민석은 ‘구미호 식당’이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에서 함께 지냅니다. 그런데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얼굴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식당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죠. 살아있을 때 요리사였던 민석은 꼭 찾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크림말랑’이라는 자신의 특별한 요리를 널리 알려서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죠. 반면에 도영은 이승에 별로 미련이 없어요. 가족은 할머니와 이복 형이 있는데 구박만 받았죠. 도영과 민석은 49일동안 어떤 날을 보낼까요? 구미호 식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박현숙 작가의 신간 ‘구미호 식당’은 독특한 마력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에 높은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다음 장에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궁금해하다가 책을 손에 잡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네요.이 책은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구미호 식당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고 등장 인물도 많지 않거든요. 대사는 통통 튀고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지는데 담고 있는 교훈은 깊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삶을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 해보았어요. 죽음의 시선에서 내 인생을 응시하며 만약 내일 죽으면 가장 후회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른인 민석의 모습을 통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고, 도영의 모습에서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났어요. 특히 도영의 이야기가 안타까워요. 죽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이었는지,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는 도영의 모습을 보며.. 지금은 제 곁에 없는 사람들도 생각났어요. 그 사람들도 제가 그들을 얼마나 고마워하고 사랑했는지 알고 떠났기를 바랍니다. 내가 죽어도 누구 하나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죽기조차 억울하더라고요. 그 시절에 이 책을 만났으면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구미호 식당’을 통해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구미호 식당’은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담한 사이즈라 핸드백에도 쏙 들어갈 수 있으니 선물용으로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