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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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난생처음으로 야구장이란 곳을 다녀왔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와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나의 동행이라니, 사실 그 흔한 야구 경기중계가 나오면 리모콘을 돌리기 일쑤였고 야구의 경기 룰이나 선수이름에 대해서조차 무지했기 때문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런 내가 야구경기장을 한번 다녀온 후, 그간 느끼지 못했던 야구의 매력이랄까. 아니 이런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스포츠구나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초반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6권의 시리즈로 된 이 책의 소재가 야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청소년들의 시야에 맞춘 청소년 시리즈라고 보면 될 듯싶다.




‘배터리’하면 모든 사물이 동작하게 만드는 그것? 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먼저 했었는데 역시나- 순간 우스워지고 만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니, 책의 제목에서부터 이야기의 주 소재가 무엇인지 가늠하게 한다. 더구나 십대들의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의 주 배경은 학교에 속한 야구부와 가족 그 안에서 그려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미처 알지 못했는데 이전에 출간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고 한다. 음- 역시 한때 자신들도 겪어온 그 날 그 시절의 이야기에 십대의 감수성을 다시금 느끼며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리라.   




아버지의 전근으로 지방도시 닛타로 이사 가게 된 다쿠미는 소위 천재적인 투수라고 불리어진다. 그곳에서 만난 고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이후, 최고의 환상 콤비처럼 찰떡궁합을 자랑하게 된다. 이 두 친구의 우정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야구라는 스포츠와 결합되어 즐겁게 그려지고 있으니 이는 분명 하나의 성장소설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나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게 되면 더욱 더 자신의 재능을 표출하는 게 쉬워지고 미처 몰랐던 능력도 발산하게 되는 법, 이 둘의 만남은 이후 뜨거운 열정과 함께 더욱 큰 빛을 보게 하니 그야말로 환상의 커플인 셈이다.  




혼자만이 성장할 수 없고 혼자만 독불장군처럼 살아갈 수 없는 이 세계, 이 현실에서 누군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불완전한 내가 또 다른 이와 함께 완전한 성장체로 클 수 있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나 어른들 세상이나 똑같은 것 같다. 다쿠미와 고는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그러한 존재로 다가왔던 것일 게다. 비록 야구에 대해서는 아직 1할도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고민을 들을 수 있었고 내면의 심리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십대 때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가 생각하는 게 모든 것이고 다른 이들의 조언은 그저 한번 듣고 흘려버릴 잔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인데, 같은 또래의 친구는 더 큰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듯싶다. 나의 십대는 어떠했었던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그 때, 별다른 큰 파도 없이 잔물결 일듯 그렇게 조용하게 보냈던 것만 같은데- 어찌 보면 고와 다쿠미처럼 뭔가 하나에 푹 빠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하나의 단편 드라마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이 책은 영화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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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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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한명이다. 그의 책을 전부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껏 접한 몇 권의 추리소설은 읽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일련의 여운 내지는 독자로써의 흡족함을 충분히 남겨주었다. 그의 책을 한번이라도 접한 독자라면 이에 대해 일정량 이상의 공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신간이 아닌 그의 초기작이라고 한다. 더구나 요즘같이 덥고 습한 여름날, 지루함 없이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야기는 남부럽지 않을 즐거움을 주기에 더없이 반갑다.




추리소설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 하나의‘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의문과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더구나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한 펜션이 배경이다. 또한‘머더구스’라는 영국 동요와 연계되어 이에 얽힌 비밀을 하나씩 밝혀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해결점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리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함께 이끌어내기에 읽는 과정 안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추운 겨울,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 산장에서 1년 전 단 한 장의 엽서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친오빠에 대한 의문을 품고 길을 나선 나오코.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여동생은 왜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의문을 품고 길을 나섰던 것일까. 그리고 그 의문에 따른 갖가지 추측, 해결점들은 존재하는 걸까. 일련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8개의 객실로 이루어진 펜션에는 영국의 동요가 새겨진 벽걸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사건의 해결점을 찾아가는데 주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날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미 세상을 떠난 오빠지만 그 사건에 대한 확고한 증거 내지는 뭐라도 납득할만한 것을 얻어내야만 하는 나오코가 있다. 허나, 문제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는 법- 조심스럽게 접근할수록 그들 모르게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 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조종자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자살보다는 타살일 가능성에 무게가 쥐어지게 된다. 읽을수록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면 이것은 분명 독자들의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단 한 번의 실망감을 준적이 없다. 그의 초기작인‘방과후’에서도 밀실살인을 소재로 하였고 이번에서도 그와 비슷하지만 그에 더해진 반전과 반전을 곳곳에 배치해놓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배가시켰다. 나오코와 함께 동행해준 친구 마코토 그리고 오빠를 위해 위험을 무릎 쓴 길을 택한 여동생으로써의 면모가 많은 생각을 더하게 한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고려하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 분위기를 엿보게 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 밑바탕에 깔려진 사라지지 않을 가족애는 더 없이 애잔하다는 것이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그의 추리소설을 통해 잠시 이겨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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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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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엄마 아빠가 숨바꼭질하듯 마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엄마 아빠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마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두 마음은 서로를 몰랐다. 부모를 잃었다는 절망감과 엄마 아빠가 어디선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이 공존했다. 마음이 잠시도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다. 그럴 때면 너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가 늘 거리를 떠도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p33 』




누군가를 잃는 다는 것은 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과 혼란을 가져온다. 더구나 그 존재의 상실감이 미처 자아가 채 성숙되기도 전에 느끼게 되는 거라면 이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 일인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 일이라지만 하루아침에 부모를 모두 잃은 어린 소녀 니은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내 가슴이 옥죄어오는 것만 같았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이 생애 자신의 존재감을 부여해준 목숨과도 같은 부모를 잃고 다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어린 소녀에게 얼마나 혹독한 일인가.




『아침마다 세상이 낯설었다. 날마다 사물들을 새로 익히고 양치질하는 방법을 새로 배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낯선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날마다 애썼다. 전날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때가 많았다. 전날 뒷산에 두고 온 영혼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문밖에서 서성이는 듯했다. 방파제나 매립지에 앉아 있던 나도 내가 아니었다. 아침에 눈뜰 때마다 낯선 공간, 처음 보는 세상이 있었다. -p41』




아침에 두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어제와 다름없이 또 하루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음에 감사해야 한다. 어제의 나로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만약 다름없이 지나온 삶의 순간에 찾아온 생소한 자리를 만나게 된다면 어떠할까. 낯선 장소, 낯선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나를 따스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니은은 아빠의 고향 처용포에서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두 분이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껏 보고 듣고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모두 어딘가에서 홀로, 타인이나 세상과 동떨어진 채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실감되었다. 자기 안에 고스란히 갇혀 잠든 사람이나, 잠들지 못한 채 깨어있는 사람이나. 그런 때면 사람들이 외롭기 때문에 서로 미워하는지, 서로 적대적이기 때문에 저마다 외로운지 궁금했다. -p122』




사람들은 본래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 나 또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 가듯 고질병처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친구들에게 푸념을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안을 얻고자 하지만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휑한 마음은 자석처럼 따라다니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이러한 감정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보란 듯이 아무것도 아닌 냥 치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힘겨워지기도 한다. 아직도 미성숙한 자아를 가진 인간인 채로, 나도 나로써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허나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가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거였다. 




『여전히 벽에 기대앉은 채 나는 잃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예전에 탔던 노란 자전거가 몹시 그리울 때, 어린 시절 곰 인형을 다시 안고 싶을 때, 작년에 내린 눈을 다시 한 번 만지고 싶을 때, 그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마다 누군가 가슴을 한 삽씩 퍼가도록 내버려둬야 하는지. -p138 』




모두가 다른 아픔을 안고 있었다. 치유해야 할 상처, 그리움의 존재, 토닥여주고 싶은 것들이 가리워진 채 있을 뿐이었다. 고래잡이로 최고의 나날을 보냈던 장포수 할아버지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딸을 고이 키워온 왕고래할머니, 두 부모를 잃은 채 자괴감에 빠진 어린 니은이까지 모두가 다른 아픔 속에 슬픔에 겨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다시금 잃어버린 것에 대한 재발견을 해나가고 있고 세상을 향해 한발자국씩 내딛고 있었다.




『내 속의 압력밥솥도 그대로 있었다.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던 압력밥솥이 다시 수증기를 뿜기 시작했다. 수증기는 날로 거세어져 위험을 경고하듯 딸랑딸랑 쇠붙이가 울렸다. 그동안 경험한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나고 있었다. 마비된 듯 앉아 있다가 경황없이 떠돌고,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다가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느낌과 머릿속에 쥐가 사는 듯 두통도 이어졌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모든 게 괜찮은 듯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널을 뛰었고, 한 두 시간 만에 그 모든 감정들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오르내렸다. -p207  』




이전에 김형경님의 심리 에세이‘사람풍경’을 읽은 적이 있다. 모두가 공감하는 우리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 그녀만의 시각이 이번 신작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한 소녀가 겪은 상실감에 대한 치유의 과정을 그녀 주변에 있는 이들과의 교류와 관계를 통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십대의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큰 갈등과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그녀만의 눈높이가 참 좋다.




『내가 지금 두렵고 답답하다면 처음 혼자 서는 순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처음은 거듭 찾아올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일들을 잘 맞을 준비를 하기로, 몸속에 작살을 꽂고 다니는 백사십살 먹은 고래한테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래도 괜찮을 것이다. -p247』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전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어른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 당연히 어른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는 내가 되고 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을 뿐, 진실로 성숙한 어른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이다. 지나간 일은 담담하도록 홀연히 떠나보내고 마음으로 기억하는 일마저도. 모두가 언젠가는 겪게 될 상실, 이는 인간관계를 막론하고 현실의 모든 사물을 포함하는 것이다. 광대한 우주, 인간의 삼라만상을 통틀어서 모두가 한번쯤은 겪게 될 상처, 치유, 성숙의 과정을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이를 먹고 몸이 커지고, 고래 배를 타거나 시집을 가는 것 말고, 엄살, 변명, 핑계, 원망 하지 않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그것 같았다. 자기 삶에 대한 밑그림이나 이미지를 갖는 것. 그것이 쨍쨍한 황톳길을 땀 흘리며 걷는 일이든, 미끄러지는 바위를 한사코 굴려 올리는 일이든, 푸른 하늘에 닿기 위해 발돋움하는 영상이든.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p256』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니은의 마음을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홀로 서야 한다. 현실은 더 이상 어제로 돌아갈 수 없는 진행형이기에 다시금 힘을 내고 꿋꿋하게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니은에게 나는 애처롭지만 마음껏 힘내라고 토닥여주고 싶다. 떠나보내고 기억하고 가슴에 안고 묵묵히 일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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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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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생각합니다. 여기를 떠나 거기로 가고 싶다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먼 곳으로 가고 싶다고. 이 여행의 처음이 그랬습니다. 무작정 여기만 아니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예전의 거기가 아닌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리워하던 거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떠남이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p207』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기존의 획일화된 자리를 탈피하고 낯설지만 새롭고 뭔가 가슴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를 열망하고 찾아 나서게 되는 게 우리들이 아닐까 한다. 어제와 다른 내일,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의 상반된 두 가지 마음을 품고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나서는 여행 혹은 지나간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재정립하기 위한 여행 등 그 목적이 어찌되었든 간에 모두는 여행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시중에는 세계 각지를 여행한 이들이 자신의 기록을 꼼꼼히 담아 낸 여행 서적들이 즐비하다. 이중에는 보통의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쓴 여행 에세이도 있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특별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공용화하고자 선보인 적도 있으리라. 현실적으로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서적도 좋지만 작가의 순수한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듣는 일도 실로 즐겁고 유쾌하다. 그 언젠가 나도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꿈과 함께.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 여행에서 어떤 의미를 깨닫게 될지. 망연한 그리움처럼 먼 곳에 떠 있을 뿐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중략) 기차에게 묻습니다. 여째서 여기까지 왔는데도 알 수가 없는 거냐고. 기차가 대답합니다. 그것이 인생이야. 끝까지 걸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알 수 있는 거야. 어서 걸어. 여행을 계속해. 사막을 향해 걸어. 거기에 답이 있어. ,-p218』




작가의 이전작인‘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 했습니다’는 읽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시선을 두게 된 것은‘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이라는 책의 제목이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막이라 하면 보통 뜨거운 태양이 작렬 하는 광활한 대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과연 소금사막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더구나 작가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잉카 제국의 일부인 남미 볼리비아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친 것들은 치유되어야 합니다. 좌절한 것들은 일어서야 합니다. 실패한 것들은 회복되어야 합니다. 미움은 용서되고, 두려움은 극복되고, 모든 도망친 것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날개가 부러진 플라밍고는 다시 날아야 합니다. 나도 당신도 다시 날아야 합니다. -p238』




우리나라와 같이 볼리비아 또한 역사상 뼈아픈 상처가 있었다. 타국가로부터 침략을 당하고 영토를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고산병 치료약으로 생산되고 있는 코카가 그들이 오래 고수해온 전통과 문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범죄자를 양산하는 마약의 생산지로 둔갑되어버린 현실이라니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의 지난 아픔이 곳곳에 되 새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 또한 그들 나라만의 치유되어야 할 일부분일 것이다. 지난날의 본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분명히 변화되어야 할 삶의 면면은 존재하고 있다.




『여행은 일상을 까닭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일상을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여행자는 인생을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는 사람, 여행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한곳에 오래 머뭅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고 싶듯,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듯 여행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걷는 방식의 여행을 즐깁니다.-p247』




위험천만한 길을 건너 새로운 목적지로 향하고 두려움을 안고 떠났지만 곳곳에 묻어있는 타지의 낯선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새로운 목표점을 찾았을 것이다. 이는 현실을 조금 더 사랑하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요, 새로운 꿈을 안고 살아갈 에너지를 줄 것이 분명하다. 걷고 또 걸으며 볼리비아의 이모저모를 보고 듣고 느낀 그의 감성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듯한 이야기. 그가 직접 찍은 사진에서 새로운 일상을 엿본다. 그리고 그가 그러했듯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게 된다. 나의 일상을 위해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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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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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음악이 없다면 우리의 생애는 어떠했을까. 길고도 긴 터널을 지나듯 단조로운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음악은 마치 메마른 사막에 내리는 촉촉한 단비와 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매 끼니 밥을 챙겨 먹듯 음악은 언제 어디서나 나의 귀를 즐겁게 해줄 하나의 도구이기도 했고 어느 한편으로는 없으면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데 있어서 좋은 구실이 되어준 것 같다. 그래, 이렇듯 음악은 우리 생활 전반에 많이 맞닿아 있는 하나의 필요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주로 어떠한 장르를 선호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변 역시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차이를 보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흔히 모두가 쉽게 따라 부르고 즐겨듣는 대중가요와 비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조용한 뉴에이지 음악들을 좋아한다. 비록 그 음악을 만든 이가 누구이며, 어떤 의미로 그러한 음악이 탄생되었을까를 시시콜콜 따지지 않고서도 그저 나의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음악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클래식 음악은 사실 내 마음 안의 어떠한 작은 편견 혹은 장벽으로 인해 난해하고‘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느낌을 줄곧 갖게 한 음악 장르 중 하나이다.




이 책은 꼭 나와 같은 독자들을 위한 하나의 안내서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제목도 작곡가도 모르지만 들어보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곡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처음 소개받는 명곡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명곡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현대의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들려주고 있기에 그 명곡의 탄생 비화까지 엿볼 수 있는 즐거움 또한 클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들었음직한 곡들이 드라마나 영화 속에 삽입되면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인 시대이니 조금 더 친숙해진다면 좋을 듯싶다.




왜 이전의 나는 진작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지지 못했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이면 그래도 클래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했을 진데, 비록 그 당시에도 유명 가수들의 음악이 더 대중들의 관심을 더 끌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클래식 명곡에 대한 소개도 소개지만, 이와 관련된 생동감 있는 컬러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에 조금 더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이라는 장르도 다양하고 기존의 한 부분에서 새롭게 파생되어 많은 이들에게 제2의 혹은 제3의 장르로 새롭게 변화되어 가기도 하기에 그 만큼 깊이 있고 수준 높은 음악 애호가들 또한 많은 시대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봤을 때, 클래식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이 있고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음악도 우리의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기에 조금 더 친숙하게 애정을 가지고 즐겨 들으면 될 것이다. 이전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된 명곡을 찾아듣는 즐거움, 그 곡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들이 또 하나의 흥미로움을 줄 것이라는 것 또한 큰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클래식과 친해진 1단계 임무 완수, 끝-! 이제 조금 더 자주 클래식을 나의 생활 안으로 입성시켜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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